마주해야 할 것이 있다면 더이상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기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 일을 마주하면 돼. (루비우스 해그리드)
(해리포터 시리즈)
선교단체 '예수전도단 대학사역'에서 훈련받을 때 자주 Q.Q.(Quaker's Questions)를 활용한 나눔을 했다. 딱 그 정도로만 익숙한 개신교 교단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퀘이커 교리에 대해서도 많이 접하게 된 듯하다.
퀘이커의 교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에게는 동의되어지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퀘이커는 인간 개인 '내면의 빛'을 강조한다.
즉 개인간의 다름과, 그로 인한 개인의 정체성, 그리고 개인 내면의 빛으로부터의 변화를 강조한다.
오해가 있을수도 있겠다. 내면의 빛으로부터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곧, 삼위 하나님의 권능과 상관없는 구원을 이루어낼수도 있겠다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책은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자서전을 읽는 듯한 파커 파머 할아버지의 삶의 여러 면들과 양식들은 교사로서 참 공감과 위로가 되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통찰은 읽어도 공감되지 않는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내 안의 이고(ego)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내 이고(ego)는 욕망과 욕구가 가득한데 이 목소리에서 빛을 찾기는 참 어렵다.
그럼에도 계절에 대한 통찰은 새롭다.
계절의 여왕으로서, 모든 계절의 시작을 봄으로 보는 우리와 달리, 지는 계절로서의 가을을 가장 먼저 다룬다. 풍요로운 추수를 연상하지 않고, 지는 계절로서 새로운 생명을 의한 죽은과 소멸에 집중한다.
농업, 그리고 추수가 직결되지 않은,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삶의 양식이 드러나는 듯하다. (파커는 미국인인데, 미국 학제는 다른 나라들과 비슷하게 가을부터 학기가 시작된다.) 군대를 제외하고, 내가 머물러왔던 사회 공동체는 오직 학교 뿐인 나로서도 그 마음이 비슷하게 공감간다.
우리나라는 추수가 삶과 사회에 가장 큰 이슈이자 행사였다. 파머 할아버지는 자연이 가을에 씨를 뿌려 봄의 탄생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먹고, 봄에는 가을에 추수할 씨앗을 파종하기 시작한다.
“겨울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겨울 때문에 미쳐버릴 겁니다.” (같은 책, 194쪽)
춥다고 실내에서 화롯불만 몇달을 쬐고 있다가는 오두막 열병(cabin fever) 생기게 된다. (검색을 해보니,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의 일종인 듯했다.) 파커 할아버지가 겪었던 허리케인 섬에서의 이야기 또한 비슷한 맥락이겠다.
“만약 당신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그 안으로 뛰어드세요!”
마주해야 할 것이 있다면 더이상 회피하지 않고 마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