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이 바뀌었다. 하지만 결국 변한 것은 없다. 교육의봄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교육의봄 외 17인(2021).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우리학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육군. 8살부터 27살까지 내가 경험해왔던 사회 공동체다. 그리고 28살부터는 다시 중고등학교를 다닌다. 학교와 군대가 아닌 조직에 있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IT기업 이든 외국계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금융권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구체적인 구분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 안에서 찾아낸 핵심 키워드는 '블라인드 채용', NCS로 대표되는 또 다른 '표준화 검사', 그리고 부서 단위 채용, 수시 채용 등의 '소규모 채용'이다. 이 내용들을 보며,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2013년 전후로, 사범대학에서 교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교직 적성 및 인성 검사'를 합격해야만 했다. "교사가 될 적성과 인성이 있는가?"를 묻는 평가다. 두근두근 떨리면서 검사를 진행했고, 당연히 한 번에 합격했다. (떨어질 수 있는 시험일까? 싶기도 하다.) 검사를 치르고 나오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교사를 지원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그리고 인성이 모자란 교사들도 정말 많이 본다. 교직 선발 과정에서 인성을 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1분 만에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은 인성이 모자라서 올해 교사 임용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라는 말에 "아하! 그렇군요. 제 인성이 조금 모자라, 올해 임용 시험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군요!`하고 수긍할 수 있는 예비교사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마찬가지로 "당신의 직무 관련 역량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많이 밀리는군요. 아쉽지만 더욱 준비해서 다음번 채용 절차 때에 다시 지원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라는 말에 "아하 그렇군요. 더욱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구직자의 "나는 무엇이든 배울 수 있으며, 배운 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와 같은 간절함 앞에서 "당신의 직무 이해도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많이 밀리는군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표준화 시험'에 매달린다. 그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성적이 아닌 다른 것으로 타인과 내가 비교 받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오직 점수로만 나를 비교 받을 때에만 받아들일 수 있다. (점수로 비교당하는 것 또한 대단히 큰 자아 정체성의 훼손이 뒤따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훈련을 중학교 2학년부터 해오고 있다.) 이 소모적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처럼 느껴진다.
결국 '역량 중심 채용'을 요즘 채용의 경향으로 결론을 낸 교육의봄은 직무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12년(혹은 전문대 2년, 혹은 4년제 대학 4년이 추가된다) 동안 '나를 찾을 것'을 9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한다. (374페이지 분량 책에서의 대안이 9페이지라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다. 이후 교육의봄 이후 일정을 위한 정기 후원 요청도 들어왔다. 이후 교육의봄의 행보가 이 대안을 다루는 방향성이면 좋겠다.)
내가 짧게 생각해본 대안으로는, 줄어드는 인구와 빠른 컴퓨터의 연산속도가 맞물려, '내가 다른 후보자보다 나은 점'을 나도, 다른 후보자도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 유일해 보인다.
이 주장에 우리는 이견을 갖고 있습니다. 이른바 돈과 안정성이 확보되는 '좋은 일자리(decent job)'를 얻어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성공은 돈과 안정성의 기준에서 남들보다 앞서야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낡은 기준을 붙들고 사느라 수많은 아이들이, 이른바 스펙 좋은 아이들조차 삶에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에 대한 수많은 증거를 갖고 우리는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새삼 그 주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8쪽, 교육의 봄. 같은 책)
읽기 전 감상에서 오해했던 부분은 책의 머리말에서 잘 풀어주고 있다. 일단 지금은 '좋은 일자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에 맞추어 교육의 방향성을 정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은 참담하다.) 여전히 교육이 채용의 수단이 되었음을 전제로 한 책의 모든 이야기가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