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만난 절체절명의 위기 - 정직하고 투명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꿈.
정직하고 투명하게 의사소통한다.
먼저 행하고 그다음 가르친다.
어제보다 오늘 더 배운다.
열여덟 살부터 20대 후반까지 어떠한 가치를 삶의 방향성으로 두고 살아가야 할까 고민을 거듭하면서 내가 나 자신과 기쁘게 맺은 약속이었다.
그 중 첫 두 가지는 선교단체 예수전도단(YWAM - Youth With a Mission)의 기본정신 18번째(Communicate with integrity)와 12번째(Do First, Then Teach)이다. 어떤 삶을 살아내든 나와 함께 시간과 공간을 향유하는 상대에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의사소통하며, 그 상대방 또한 내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교사가 되고서도 이 약속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는데, 중학생들을 따라다닐 때와는 또 다른 어려움을 직면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어른과 함께 관계하는 것이 어려울 것은 당연한데, 심지어는 생활기록부를 인질로 잡은 어른이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괜찮아 얘들아. ^0^'라고 이야기해 보았자, 그 이야기가 전혀 진실하게 들리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작년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는 공지사항만을 전달하는 알림장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학급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했다. 가끔은 너무 시끄러울 때도 많았지만, 많은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도 학급 단체 채팅방을 만들긴 했지만, 그 학급 채팅방은 정말 '공지사항만' 전달되는 학급 방이었다. 따라서 사소한 대화가 오갈 채널은 분명히 필요했다. 비슷한 SNS 대화방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방법과 계기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없는 학급 단체 채팅방을 학급회장(반장)이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청 서운한 티를 내며, 나도 넣어줄 수 있는지 넌지시 물어보았지만, 조심스러운 아이들의 태도 속에서 완곡한 거절의 뜻을 느꼈다.
여러 생각이 마음이 오갔다.
그냥 둔다. 1 - 물론, 교사가 없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 앞에서 그들의 다양한 대화가 불편할 것이 당연하다.
그냥 두지 않는다. 1 - 학급 담임이 임장하지 않은 대화방에서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사소하게라도 학교 폭력의 시작점이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학급 담임이 임장하지 않는 전체 대화방은 만들지 않는 것을 가이드 라인으로 정한다.
그냥 둔다. 2 - 하지만 이곳, 특별히 순하고 착한 학생만 모여있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서는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두지 않는다. 2 - 그냥 둘 이유가 수없이 많지만, 내가 원하는 '정직하고 투명하게 의사소통한다'라는 방향성은 그들이 나 없을 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 앞에서도 할 수 있는 마음을 그들이 갖게 되는 것이다.
관계 안에서 말로, 문자로 상처받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상처 안에서도 배움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언어로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고, 마찬가지로 그들의 이야기로 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로 나의 마음이 어려워지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랑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사랑하기를 애쓰고 싶다.
어떻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야기해야 그들이 이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 물어볼 어른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믿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도 꽤 큰 상심이지만, 주변에 물어볼 어른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마음에 큰 상심이다. 같은 마음을 품은 어른을 찾기가 이토록이나 힘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