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다움에 집중하기.
물론 나도 인간의 지식의 유한함을 자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더 배우기를 멈추지 않으려 애썼다. 더 배우고, 더 고민하기를 애쓰는 삶을 살았다.
최근, 'Hype'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익명의 학생들로부터 나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듣고 있다. 그중 특별히 내게 인상 깊게 다가왔던 표현들은 '책을 제일 많이 읽을 것 같은 친구', '줏대 있는 사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 '똑 부러진 사람', '성실한 사람' 같은 것들이었다. 학생들에게 나는 이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 듯하다.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 친구, 줏대 있는 사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 똑 부러진 사람, 성실한 사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는 것, 지식에 대한 약간의 강박이 있었다. 마치 MUST HAVE Virtue. 갖추고 있어야만 하는 덕목으로 지식을 꼽아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다. 왜 이러한 강박이 생겼는지 학생들이 6월 수학 영역 시험 문제를 풀어내는 내내 고민했다.
(무척 인본주의적인 생각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내 삶을 "줏대 있게"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미 결정된 것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을 온전하게 분별하고 싶었다. 내가 고를 수 없었던 나의 환경과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내가 결정한 고등학교', 혹은 '6장의 수시 티켓을 6 논술로 결정하는 것' 같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채 내 삶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서울의 학교 대신 인천의 학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이곳에 이끌리게 되었다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책을 읽고, 배우기를 그치지 않고, 매 순간 공부하기를 선택했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애썼던 가장 큰 이유는 한 가지였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퍼스널 브랜딩' 이런 건 잘 모르겠다. 다양한 블로그, SNS, 브런치 등등 시도해 본 것은 많지만, 결국 여기 블로그만 하나 남았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이 듦 / 전업 글쓰기 / 선택 이 세 가지 키워드에 대해 임경선 선생님의 생각을 짧은 호흡으로, 하지만 또박또박 전해주신다. 세 키워드 다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책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구매했고, 역시 가장 책 읽기 좋은 학력평가일에 맞춰 읽었다.
책을 읽고 마음이 정한 세 가지 키워드들에 대한 결론은 이것이다 :
1. 나이들어가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나 자신다움에 집중하기.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다움은
1. 어제보다 오늘 더 배우는 사람
2. 먼저 행하고 가르치는 사람
3. 정직하고 투명하게 의사소통하는 사람에 조금씩 더 다가가는 삶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2. 글에서까지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태도를 정리하기.
나 스스로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남기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가르치려는 것은 일과시간의 50분 수업 시간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것이 수학이 아니라 삶의 태도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데!)
3. 사람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저항하려 하지 않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결정보다 마음이 가는, 더 행복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개인에게 더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스스로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기 충분하다. 따라서, 이미 결정된 것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을 온전히 분별하지 못하여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자신의 우주를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 번째 결론을 마음속으로 정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냉정한 이타주의자』였다.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마음 가는 대로 도움을 제공하는 대신, 먼저 생각하고, 나중에 움직일 것을 제안한다. 이것 또한 필요하다. 특별히 선행과 구제, 그리고 구호의 영역에서는 무척 필요하고,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냉정한 결정'을 기반으로 한 삶을 살아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누군가에게 그러한 삶이 나 자신다움이라면, 그것 또한 자신의 가치를 세워가는 일이겠다. 근데 그것이 나의 가치는 아니다!)
임경선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신앙과 믿음이 전제된 가치관은 아니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도에 관하여』, 『자유로울 것』, 『다정한 구원』, 『평범한 결혼생활』, 『곁에 남아있는 사람』 먼저 다섯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그러하였고, 이번 책에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으며, 임경선 선생님을 향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믿음이 큰 가치는 아니시지만, 사랑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것이 그냥, 마음에 든다.(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한다. '그냥 그것이 좋다.'라는 표현도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