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9조 2항

청탁금지법을 문자 그대로 지킨다. 담임교사가 되면 학생의 보호자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자발적으로 수업 평가를 받는다. 교사로 살아가기로 결정하면서 내가 나 자신과 기쁘게 맺은 약속이다.

중학교에서 경력이 가장 많으신 O 선생님의 27년 된 제자 A가 있다. (나보다 10살이나 나이가 많으신 제자이시다.) A씨는 결혼해서 딸을 낳았고, 그리고 14년 뒤, A의 자녀가 숭덕여중 1-4반에 배정 받았다. O 선생님의 제자셨던 A씨는 나에게 학부모님이 되셨다. 그러려니 했다. 학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럴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러던 오늘, O 선생님께서 일년간 도와주느라 수고많았다고 점심을 사주신다 하셨다. 별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A 학부모님이 계셨다. A 학부모님께서 O 선생님을 대접하는 자리였고, O 선생님께서는 거기에 나도 앉혀서 식사를 하게 해주셨다. O 선생님께서는 내 식사분량을 직접 결제하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식사 결제는 당연히 A 학부모님이 하셨다.

 

처음부터 느낌이 이상했던 나는 메뉴판을 훔쳐보며 식사 주문 넣는대로 암산했고, 당일 저녁에 A 학부모님께 송금을 해드렸다.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신 O 선생님께서 다시 그 금액을 내게 보내주셨다. 끔찍한 해프닝이었다.

 

일년 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종업식날 학생들에게 케이크와 텀블러를 받았다. 25명에게 2천원씩 보내주던 끔찍한 경험이 고작 일 년 전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일 년 뒤에 또 이런 일을 겪었다. 학년 전환기만 되면 이런 일이 생기니, 속상한 마음이 계속 올라온다. 내가 잘못하고 있나 생각도 올라온다. 그래도 이제 고작 3년차니까, 조금만 더 해보자.

제9조 2항 2. 공직자등은 자신이 수수 금지 금품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이나 의사표시를 받은 경우 또는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이나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이를 제공자에게 "지체 없이 반환하거나" 반환하도록 하거나 그 거부의 의사를 밝히거나 밝히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받은 금품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인도하거나 인도하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