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주어 고마워.
오하루. (2023). 『살자클럽』. 선스토리.
오하루 작가님 책의 출간 알림을 받았다. 출간 알림을 받기 전부터, 작가님의 SNS를 통해 이번 책의 출간 소식을 오래전부터 들었다. 알라딘에서 구매가 가능할 때부터 바로 책을 구매했다. 이 작가님의 책은 다 챙겨 읽고 싶은 의무감이 절반, 이전의 책이 어떻게 이어질지 호기심 절반의 마음이었다.
책은 순식간에 도착하였지만, 나는 두 달 동안 책을 읽기 시작하지 못했다.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확인하고, 직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작가님의 삶을 SNS를 통해 멀리서 지켜본다. 발견하는 작가님의 매 순간이 내가 참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교단에 서시지 않으시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고, 동료 교사로 매일의 삶을 함께 살아가고 싶은 분이시다.) 선생님의 꿈을 함께 꾼다. 모든 청소년들이 삶을 포기하는 대신 기쁨으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나는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작가님은 꿈꾸시는 대로의 삶을 살아내신다. 나는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면서도 수능 킬러 문항, 1등급 컷, 학생부 종합 전형, 그리고 생활기록부를 위한 활동 중심 수업과 기록들을 먼저 챙긴다. 삶에서 필요한 너무나 당연한 매슬로우의 기본적인 욕구가 모두 채워진 이후에야 대학 진학, 취업,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 같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와 같은 욕구들이 다 채워진 이후, 대학 진학 등을 꿈꾸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내게 맡겨진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소망을 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렇게 내가 안내하는 삶의 방향과 전혀 다른 삶이 여전히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나는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소설 속의 일들을 감당해내는 김 경감님, 그리고 정 경위님의 일상은 일반적인 삶을 살아내지는 않으신다. 보통의 일상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집 현관문 앞에서 열었던 도어락을 다시 닫고, 차에 다시 올라타서 직장으로 향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자녀와 함께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가 있는 집 앞에서, 몸을 돌려 다시 직장으로 향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매주 토요일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일 또한 무척이나 어렵다. 이렇게 먼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작가님은 가정과 자녀가 있음에도 해내신다. 나는 해내기 어려운 일을, 먼저 해내고 계심을 확인받고 싶지 않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 더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은 마음에 안정감이 깃들기 시작한다.
존재만으로도 고맙고 위로가 되는 사람은 삶에 큰 지지대가 되어준다. 그 사람과 가깝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어떠한 그 마음, 또는 그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삶의 동력을 만들어준다. 그 사람이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 나 또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겨난다. 나와 같이 그 사람 또한 매일의 삶이 어려울 테지만, 그 사람이 살아있으니, 나 또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래서 사람은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듯하다.
살아주어 고마워.1) 작가님이 매일, 매 순간 하는 인사다. 숭덕에서는 이 정도 표현까지는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님께서도, '일반적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절대 공감을 살 수 없을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라고 종종 말씀하신다. 작가님이 만나는 학생들과, 내가 마주하는 학생들의 간격은 무척 클 지도 모르겠다.)
그저 ‘버텨주어 고마워’도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작가님의의 마음에 동참하는 의미로, 나도 이 인사를 매일 건네고 싶다.
"살아주어 고마워."
이번 책에서 작가님은 특별히 '연대'라는 단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붙잡고 계셨다.2)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 더 있음을, 작가님의 생각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곳, 숭덕여고에도 한 명 더 있음을 알리고 싶다.
1) 193쪽, 같은 책.
2) 207쪽,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