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안전한 공동체

꿈잣는이 2024. 4. 10. 00:05

  24년 4월 5일, 6일. 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가 진행되었다. 우리 학교는 부활절을 기념하여 매해 4월 초에 비전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한 선생님께서는 5일 행사 당일, 학급 아이들을 위해 토스트와 포도주스를 준비해주셨다. 학급 학생들만을 위해 준비하시지 않고, 충분한 양을 준비해주시어 다른 선생님들께도 대접해 주셨다. 비전 페스티벌의 쉬는 시간,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과학실에 방문하시어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간식과 음료를 기쁨으로 나누며 교제하셨다. 나는 과학실에 방문하지 못했다. 강당을 나와 과학실에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함께하지 않았던 나에게 "왜 선생님은 안올라오셨어요~? 진짜 맛있었는데!"라고 여쭤보시는 많은 선생님들께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직, 자리를 떠나서 다른 장소에 가는 게 무서워서요. 누가 와주셔서 데려가주셔야 해요."

 

  잘 숨겨오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마음을 들켜버렸다.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있는 선생님의 마음을 공감해요. 하지만 조금은 나쁜 생각을 가져도 좋아요." "아니 선생님 경력이 몇년이신데 아직도 우리 학교가 무서워요?" 여러 다양한 답변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3학년 교무실은 엄청 따뜻하다! 물론 작년도, 재작년도 그러하였지만.)

 

  아내와는 이와 관련하여 여러번 이야기를 했다. 여전히 나에게 지금의 학교가 "안전한 공동체"라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안전한 공동체는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해보았다.

 

1. 다름을 온전히 인정할 수 있는 사람
2. 인정하는 것을 넘어, 다름을 지지하고 축복할 수 있는 사람
3. 공동체 내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옮기지 않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를 안전한 공동체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전체공개로 블로그를 작성해오다, 어느 순간 두려움이 찾아왔다. 교무실에서, 학교에서는 공개할 수 없었던 나의 마음들이 솔직하게 드러나있는 글을 보는 외부인들의 시각은 어떠할까. 따듯한 글들만 남기려 애썼지만,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이 상하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생겨났다. 황급히 열려있던 모든 블로그를 닫았다. 천천히 모든 글을 정독하는 중이다. 삭제할 이야기는 삭제하고, 추측할 수 있는 내용들은 정보를 가린다. 100여개의 글들을 하나씩 검토하고 있다.

 

전체공개 블로그를 시작하던 내 마음의 중심은 이것이었다 :

 

어딘가에 숨겨져있을 "마음 나눌 사람"을 찾아나서기.

 

 

그럴 수 있을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연차가 쌓이면서, 그리고 꼭대기층 교무실을 쓰게 되면서 이 마음의 중심은 어느덧 흐릿해졌다.

 

마음 나눌 사람을 찾기란 무척 어렵겠다. 그저 안전한 사람, "다름을 온전히 인정하고, 또 지지할 수 있으며, 들었던 이야기들을 외부로 옮기지 않을 수 있는 사람"만 찾을 수 있어도 감사하겠다. 물론 안전한 사람 또한 아직 아내 외에는 찾지 못했다. 어쩌면 영원히 더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