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나무 아래서 13

관계 안에서 상처받기로 결정하십시오. 예수님이 우리에게 하셨듯이.

케냐에서 사역하시던 한 선교사님께서 케냐로의 출국 당일, 우리 학교 예배에 말씀을 전해주시러 오셨다. (우리 학교 영어 선생님의 친 형이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님으로 계시고, 약 일 년간 첫 안식년을 보내시다 오늘 날짜로 출국하시는 일정이셨다. 감사하게도 올해 말씀을 전해주실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었다.) 학교 화요 채플의 매 예배가 은혜 가득한 시간이지만, 특별히 오늘의 말씀은 마치 내게 생일 선물과도 같았다. 요한복음 13장 1절~5절.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장면을 설교해주셨다.더보기사범대학에 입학한 뒤, 교사가 되어 꼭 해보고 싶은 것으로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기'가 있었다. 하지만 여지껏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여학교에 근무하니 아마 앞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사랑할 것. 그리..

나를 향한 축복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축복

기윤실 교사모임으로 나를 인도해 주셨던, 내가 고2 시절의 생명과학 I(그때 당시에는 '생물 I') 선생님과 함께 승용차로 용인의 수련회장으로 이동했다. 가는 고속도로 오른편에 '우리들 교회'를 보았다. 큰 교회였지만 이름은 처음 들었다. 그냥 '큰 교회겠이겠거니' 싶어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에 정면에 펄럭이는 현수막의 문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나보다 옳습니다.'가 적혀있었다. 현수막 속의 '당신'은 하나님을 지칭할 것이다. 그런데 현수막을 읽는 그 순간에는 '당신'이 '내 앞의 임의의 사람'으로 여겨졌다. "너가 어떠한 말을 하든 상관없이, 당신의 이야기가 나의 생각보다 더 나아. 네가 나보다 더 나아."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논리, 혹은 신학적 담론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

상황과 환경을 넘어서는 예언을 볼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기다림

매 방학마다 기윤실 교사모임에서 수련회를 진행한다. 나는 2019학년도 여름 방학부터 기윤실 교사모임의 모든 대면 수련회에 참석했다. 그 어떠한 다른 이유보다도 오직 생존을 위해서 참석했었던 기억이었다. 수련회를 다녀오고 나서야 다음 학기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생존이란, 그리스도인 선생님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먼저 사랑하고, 먼저 섬기고, 먼저 낮아지며 학교를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도 비슷했다. 방학식(7.17), 동아리 체험활동(7.18), 사제동행 캠프(7.19~21), 1급 정교사 자격 연수(7.21~8.4), 교사모임 수련회(8.7~9)까지, 단 하루의 평일도 쉬어가지 못한 채 방학을 보내고 있다. 주말은 1정 연수 과제와 아내와의 여행 준비로 꽉 채웠다. 쏟아지는 방..

다시는 오지 않을, 올해 만의 사제 동행 캠프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 (시편 25편 4절 말씀) 를 주제로 사제동행 캠프가 시작되었다.  사제동행 캠프를 시작할 때의 마음은 아랫글에서와 같았다.https://proustclub.tistory.com/47 당신이 필요해요.1)일찍 퇴근하기로 나 스스로와 약속한 날이었지만, 또 21시에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 1학년 체육 선생님의 차를 얻어 타고 송내역까지 가게 되었다. 체육 선생님께서는 목사님과 함께 사제proustclub.tistory.com 당신이 필요해요. 나와 함께 숭덕여고에 속상한 마음을 쌓아두고 있을 당신에게, "함께하며 위로를 쌓아내요."라는 초청에 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하자, 그 과정은 전혀 쉽지 않았다. 학교 자율적 ..

처음이었다.

처음이었다.이곳에 남아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처음이었다.  21학년도 3월, 인천의 한 중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20학년도에 머물렀던 곳에서도 모든 선생님이 한 교무실에서 생활하였고, 서로의 어려움을 눈으로 보며 응원하는 1년을 보내었다. 그와 같이 21학년도에서의 삶도 선생님들의 따뜻함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22학년도 3월, 같은 법인의 고등학교로 다시 인사발령을 받았다. 4년간 4곳의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4곳의 큰 교무실과, 6곳의 작은 교무실로 이루어진 학교였고, 각 층에서는 따뜻함이 넘쳐흘렀지만, 서로의 삶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없는 곳에서 소통은 당연히 단절되었고, 오해는 계속 쌓였다. 1층의 이야기가 왜곡되어 2,3,4층으로 전해지고, 2,3,4층의 어려움은 1층..

당신이 필요해요.1)

일찍 퇴근하기로 나 스스로와 약속한 날이었지만, 또 21시에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 1학년 체육 선생님의 차를 얻어 타고 송내역까지 가게 되었다. 체육 선생님께서는 목사님과 함께 사제동행 캠프 준비를 하셨고, 이어서는 캠프에 함께할 선생님을 찾으시다 늦게 퇴근하신다고 하셨다. 사제동행 캠프를 함께 할 선생님을 찾고 있는 시기이다. 2019학년도까지의, 코로나 이전의 사제동행캠프는 이번의 것과는 사뭇 많이 달랐나 보다. 많은 선생님의 참여와 헌신보다는 졸업생들의 참여와 헌신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하셨다. 이번 캠프에서는 선생님들의 더욱 많은 참여를 요청하신다. 체육 선생님은 동료 선생님들께 이렇게 콜링(Calling)하셨다. "나와 함께, 밤에 수박 잘라먹을 사람이 필요해요."   여름의 ..

사랑에 반응하기. -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을 읽고.

옆자리 영어선생님의 마지막 근무일에 나에게 책을 한 권 주셨다. 팀 켈러(2016)의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이었다. 팀 켈러의 다른 책들과 달리, 얇은 두께와 콘텐츠였던 것이 좋았다. 책을 좋아라 하지만 두꺼운 책 선물은 부담이라는 사실을 선생님께서도 잘 아셨나 보다. 별생각 없이 받아 들었지만, 집에 가져와서 책을 찬찬히 살피니, 조금은 의아했다. 16년도에 출간된 책의 초판본이었다. (팀 켈러 책의 초판본이라니! 물욕 없는 내가 책에서만큼은 다양한 욕심들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구매일자는 16년 8월 7일이었다. 단지 파송의 의미로 책을 선물하는 것이었다면 그저 얇은 책을 새로 사셔 주셨을 것이다. 6년 반 전의 책을 지금에서야 주시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누가복음 ..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타 반 학급 경건회 인도)

(feat. 과거가 현재에게.)2022년 9월 21일(수)선교부 수련회에 가서야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급 경건회를 매번 선교부회장 / 선교부장이 인도하는 게 어렵고 힘이 드니,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경건회를 인도하시도록 요청하는 것. 선교부 수련회 자리에 함께했었기에, 몇몇 선교부회장 선교부장에게서 요청이 왔고, 어제 처음 2-4반에서 경건회를 인도하였다. 수업을 들어가는 1, 2, 7, 8, 9라면 그래도 아이들 이름이라도 외우고 있을 텐데. 라포르(Rapport)도 면식도 없는 친구들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었지만. 기도하며 문득 들었던 마음은.'"꼭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해주면 되겠다.'였다.처음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부터 매해 종업식마다 편지에 담았던 내용을 3..

2022학년도 2학기 선교부 수련회

8월 23일 (화)학급이 매 학기 학급회 임원을 뽑듯, 학급에서 선교부회장과 선교부장을 선출한다. (선교부회장은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선교부 회장일까, 선교 부회장일까. 학급회장 / 학급부회장 / 선교부회장을 뽑는 것으로 보아, 행정 부회장과 선교 부회장, 이렇게 두 부회장 체제를 지닌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학교는 일반 인문계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 아닌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 선교부회장을 선출할 때 선거 대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학급 담임 교사는 전부 그리스도인이기에, 담임 선생님의 재량으로 뽑기도 하고, 지원받아 면접을 보는 곳도 있다. 지원자가 없다면 담임이 지목하여 선출되기도 한다(이렇게 선출된 선교부회장은 어찌나 힘이 들까!..

소망하던 방향성과는 전혀 다른. 그런 은혜가 쏟아지던 부활절.

4월 19일 (화) 기독교 학교인 우리 학교는 절기 예배를 드린다. 4월 중에 부활절, 10~11월경에 추수감사절, 그리고 성탄절 예배를 드린다. 세 절기 예배 중에 나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배는 단연 부활절이다. 세계 4대 종교의 성인 모두 그 생일이 있지만, 4명 중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한 명뿐이다. 탄생일을 기념하는 무게보다, 부활절을 기념해야 하는 가중치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한 부활절 예배를 위해, 1교시 예배 시간 이외에도 2교시~7교시의 수업 시간을 10분 단축하였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으로 1교시 예배 시간 2부 순서로 특별 행사를 진행하였다. 절기 예배를 드리고 강당, 혹은 각 교실에서 특별 행사를 진행한 뒤 일찍 하교할 것으로 기대했던 나는 정규 수업 일과표와..

위러브(WELOVE)에게서 문화를 배우다.

2021.11.5.(금) 나는 '문학의 밤' 세대가 아니었기에, 교회에서 문화를 배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악기를 배우러 교회에 온다는 건 이미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었다. 현대문화론에서 그리스도인의 문화는 마치 '청소년 문화'처럼 '하위문화'였다. 그러다 비와이에게서 '문화'를 처음 배웠다. 그리고 위러브에게 두 번째로 '문화'를 배운다. 천천히, 맡은 부서 업무의 내년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래도 감사한 건, 내년에 업무를 무엇을 맡을 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참 위로가 된다.) '내년엔 영화 그만 해야지.' '그럼 이들과 무엇을 하여야 할까?' 고민이 앞선다. 전임 방송 담당 선생님께서 '지나치게 완벽하시어' 작년의 방송업무를 그대로 따라가기 너무 어렵다. 1년 따라갔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