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한 지 7일 만에 학부모 총회를 했다. 이토록 준비 없이 학부모 총회를 맞이한 건 또 처음이었다. 연일 넘쳐나는 코로나 확진의 여파 아래 2, 3, 4반 선생님이 나란히 확진 및 검사 결과 대기로 인해 등교하지 못하셨고, 2학년 부장 선생님은 총회 당일 오전, PCR 검사를 받고 재택근무를 시작하였다. 준비 세팅 5분 전에 ppt를 수정하고, 학부모님이 이미 오시기 시작한 뒤에서야 방명록 출력을 모두 마쳤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1학년 2학기 종업식에 학부모 편지를 새 담임 반 아이들에게 학부모 편지도 잘 전달하였고, 아이들과 상담도 한 번씩 모두 마쳤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한 번 더, 학부모 총회 일주일 전에 부랴부랴 두 번째 학부모 편지를 아이들 편에 담아 보냈다. 우리학교는 학부모 총회 때 학교에 방문하신 학부모님들께 '담임 서신'을 써서 보내드리는 전통이 있었다. 보통은 분기별로 한 번씩 보낼까 하는 학부모 편지를 덕분에 벌써 두 통이나 보내었다. 그래서일까. 적게는 한 분, 많게는 네 분의 학부모님이 오셨던 다른 학급에 비해 우리 학급만 일곱 분의 학부모님이 오셨다.
젊은 남자 선생님이라 아이들을 맡기기에 염려가 되셨던 걸까. 많은 생각을 안고 학부모회 행사를 함께하는데, 교감 선생님께서 넌지시 오셔서 이야기해주셨다. 학부모님들이 관심을 두고 많이 찾아오신다는 것은 학급 운영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알려주셨다. 총회를 모두 마친 뒤 일곱 분이나 오셨던 우리 반 학부모님들끼리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시고, 그룹 채팅방을 만드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학부모님들의 2022학년도를 기대하시는 모습을 보고서야,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하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개학식(3/2 수요일)부터 오늘(3/8 화요일)까지 5일 동안 23시-22시-23시-23시-23시에 집에 귀가하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올라오는 첫 한 주였지만, 이제는 마음에 평안함이 생겨난다. 다가오는 4월, 가정방문의 시기가 기대된다.
참 스마트한 시대잖아요. 하지만 관계만큼은 여전히 아날로그여야 하는 것 같아요.
120쪽. 오선화(2018). 『교사, 진심이면 돼요』. 서울 : 좋은 씨앗.
정보 통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소통의 수단은 넘쳐흐르지만, 소통 그 자체는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다. 의지를 들여 아날로그의 소통방식을 지켜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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