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7월 5일)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종종 이전 근무교를 찾아가는 선생님들을 가끔 뵈었다. 그런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왜 가실까?' 싶었다.
B 학교를 떠나 S 학교에 머무르면서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매일 B 학교가 생각난다.
교사들의 유일하게 합법적인 조퇴 사용이 가능한 중간, 기말고사 일정은 어쩜 이렇게 두 학교가 다른지! 방학 일정은 어쩜 이렇게 다를까! 한 학기가 전부 지나고서야 겨우 시간을 내어 해방촌에 놀러갔다.
2020년, B 학교에서 2학년 방과후 창체부에서 영재학급을 업무와 함께 2학년 수학1, 수학2, 기하, 수학과제탐구 수업을 맡았다.
20대 선생님 2명과 30대 선생님 2명이서 2학년 수학을 전담했다. (20대의 마지막을 함께 보낸 선생님들이시다!) 40대 이상의 노련한 선배 선생님 한 분 없이, 한 학년을 전담한 적은 처음이었다. 정신없이 수행평가를 출제하고 채점하고, 정기고사를 출제하고, 서술형을 채점하였다.
시험을 마치고서는 "그 문제 내가 안냈어!", "문제 너무 어려웠니? 미안... 내가 너희를 너무 과대평가했구나."라고 말하며 아이들 앞에서 서로 발뺌하던 행복한 시간들이 매일 생각난다.(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정기고사였던 것 같기도 하다.)
21시까지 야근하고선 인증샷을 찍고, 해방촌 오거리의 트럭에서 파는 찹쌀순대를 테이크 아웃해가던 시절이 생생히 기억난다.
"하 애들이 공부를 안해요." "기하 수행 너무 빡세게 했나봐요." "애들이 수과탐 기말 보고서를 안내요." "오. 각인 샤프 아이디어 고마워요! 잘 베껴갈게요!" 사소한 것에 웃고 행복했던 기억들.
하루빨리 백신을 맞고, 거리두기가 조금이라도 풀리고, 작년에 맡았던, 이제는 고삼이 된 학생들의 수능이 끝나면 좋겠다.
이들의 졸업을 채 못 보고 먼저 내려와서 그럴까.
"결혼식에 초대해주렴. 그게 아니라면 천국에서. 꼭. 매일. 보면 정말 좋겠어!"
라고 헤어지는 인사를 했었지만, 그 전에라도 꼭 보고 싶다. 사랑스럽고, 다시 사랑 받을만하며, 또 사랑스러운 2-4반 자비반 친구들.
해주지 못한 것들을 미안해한 기억이 가득한, 무기력함 속에서 보낸 2020년이라 생각했었다.
돌이켜보니 행복한 기억도, 얻은 것도 새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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