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서평

서 있는 곳이 다르면 서로 다른 것을 볼 수밖에 없다.

꿈잣는이 2024. 5. 1. 16:10

임경선. (2017). 『태도에 관하여』. 한겨레. 초판.

 

 

 

2017년, 방공 진지 내 진중문고(100권 미만의 책이 꽃혀있는 작은 책꽃이였지만, 모든 책이 양서였다. 어른 이후의 책읽기는 이 책꽃이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에서 발견하여 읽은 이후로, 개정판이 나올 때 한 번, 그리고 이번 독서 소모임을 통해 한 번 총 세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일까, 매번 다른 감상이 남았다.

 

기독교 학교이기에, 세계관에 대해 특별히 많은 고민을 한다. 세계관(worldview), 믿음(beliefs), 가치(values), 행동(behavior)을 네 층위로 도식화한 그림들을 자주 만난다. (사람은 행동으로만 상대를 지각하지만, 행동의 근원들을 탐구하다보면 마침내는 세계관이 등장한다는, 관점에 대한 이론이다.) 이처럼 삶의 양식을 이루는 근간을 '세계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나에게는 익숙하진 않다. 그저 '관점(觀點, perspective)'이라는 단어 정도로 표현하고 마치는 편이다.

 

책을 읽던 시기에 학교에서는 부활절과 진로행사를 융합한 '진로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틀간 서로 다른 두 목사님에게 진로, 그리고 부활절을 테마로 특강(설교)를 들었다. 이곳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만났다.

 

"마음"이 생각->감정->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고,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살펴볼 것을 말씀하셨다.

 

우리의 마음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의 마음은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을까?



결국 삶의 방향성은 자신의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나쁜 것은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가치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어색한 것은 여태 그 나이가 되도록 자기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알지 못해서 그렇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의 욕망에 무지하다 보니 그 어느 것도 우선순위가 모호해질 수밖에. 자신의 우선순위를 알려면 평소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 휘둘리다 보면 정작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1판. 113쪽)

 

 

여성들의 배우자에 대한 가치 기준에 대한 조언에서 등장했던 표현이다. "사랑"과 "현실(돈)" 중에 정확한 가치판단이 어려운 여성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는 위의 표현을 남겼다.

 

돈이 가치의 전부인 사람에게는 '예비 배우자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보다는 '그가 나를 위해 얼마의 돈을 벌고 있는가?'가 더 집중될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의 삶의 구체적인 행동 양식을 정할 것이다. 옳음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와 선택의 문제이다.

 

굳이 나의 소망을 담자면, "애정의 깊이"와 "현실(돈)" 사이의 저울질 보다는 다른 것들을 또 살필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선택들 앞에서도 비슷하다. 영원할 수 없는 것들보다, 영원한 것에 가치를 둘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 있는 곳이 다르면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일단 지구상에 서 있는 지금,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지금, 영원한 것을 소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땅에 서 있기에 영원할 수 없는 것들이 먼저 보이는 삶이다. 하지만 반면에 영원한 것은 어디에 서 있든, 기울어진 운동장의 어느 편에 서 있든, 영원한 삶을 찾기 위한 방향은 같을 것이기에. 어떠한 곳에 서 있든, 영원한 것에 가치를 둘 수 있으면 좋겠다.




+
사족.

남자는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 애초에 사랑의 대상이었다. (1판. 115쪽)

 

 

개정판에서는 삭제된 표현이다.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듯하다. (개정판 출간 이후, 다른 책의 출간 행사에서 작가님께 여쭤보았던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계셨다.)

독립된 하나의 인격과 인격이 만나 사랑하는 것이니,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데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사족.2.

솔직히, 어른 되어서도 내 몸 '내 마음대로' 할 자유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어른 할까. (같은 책, 121쪽)

 

"자유"라는 단어는 쉽게 친밀해지지 않는 듯하다. 저자는 나의 몸은 온전히 나의 것이기에 내 마음대로 할 것을 이야기한다. 언뜻 듣기에는 참 공감이 많이 가는 표현이다. 하지만 개신교의 가치관의 자유는 '내 마음대로'와는 조금 다르다. 오롯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나보다 사랑하는 존재가 원하는 행동을 위해 내 마음을 비우고 사랑하는 존재의 뜻에 따라가는 것. 그것이 참 자유라고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