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서평

두려움을 넘어서는 양육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꿈잣는이 2026. 4. 2. 20:35

조너선 하이트(2024). 이충호 옮김. 『불안세대』. 웅진지식하우스.

 


"두려움에 사로잡힌 양육방식 덕에,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과잉보호와, 온라인에서의 과소보호를 선택하게 되었다."

 

 

설계자들은 어린나무가 제대로 자라려면 바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바람은 나무를 휘게 만드는데, 그러면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있는 뿌리 부분이 끌어당겨지면서 반대 방향에 있는 나무 부분이 압축된다. 뿌리계는 이에 대한 반응으로 필요한 곳에 더 단단한 닻을 제공하려고 팽창하며, 압축된 나무 세포들은 구조가 더 튼튼하고 단단하게 변한다.
  이렇게 변화된 세포 구조를 '이상재reaction wood' 또는 '응력재stress wood'라고 부른다. 어릴 때 강한 바람에 노출된 나무는 다 자랐을 때 훨씬 강한 바람도 견뎌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보호받는 온실 환경에서 자란 나무는 다 자라기 전에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114-115쪽.

 

 

하지만 1980년대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아마도 부모들 사이에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자녀에게 위협 대상이라는 두려움이 커진 것이 아닐까 싶다.
  (중략) 그중에는 현장 학습을 떠나는 스쿨버스에 탄 아들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쿨버스 뒤를 몇 시간이고 차를 몰고 쫓아간 어머니의 사례도 있다.
134쪽.

 

 

모든 문화에서, 그리고 역사 전체를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다른 어른들이(종종 낯선 사람들도) 도울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행동했다. 많은 사회에서 어른들은 공공장소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남의 아이를 꾸짖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135쪽.

 

 

이제 어떤 어른도 믿을 수가 없으므로 아이들ㅇ를 보호자 없이 다른 어른과 함께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일반화되었다. 아이들은 낯선 어른, 특히 남성을 조심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구글의 엔그램 뷰어Ngram Viewer(매년 출판된 모든 책에 사용된 단어와 용어의 빈도를 도표로 작성해 보여주는)에 따르면, '낯선 사람의 위협stranger danger'이라는 용어는 영어로 쓰인 책들에서 1980년대 초에 처음 나타났다. 그러고 나서 그 빈도는 1990년대 중반까지 수평을 그리다가 그 이후에 급격히 증가했다. 그와 동시에 어른들은 그에 상응하는 메시지를 내면화했다. '남의 아이에게 다가가지 마라,' '그들에게 말을 걸지 마라,'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나무라지 마라,' '상관하지 마라'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뒤로 물러나 아이의 양육을 서로 돕길 멈추자, 이제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부모가 져야 했다. 앞의 그림 3.8에서 보듯이 양육은 더 힘들어졌고, 두려움이 더 커졌으며, 시간을(특히 여성의 시간을) 더 많이 앗아갔다.
136쪽.

 

 

  이렇게 1990년대에 두려움에 사로잡힌 양육 방식이 증가하면서 결국 2000년 무렵에 영어권 국가들의 공공장소에서 부모의 감시를 받지 않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범죄와 성범죄자, 심지어 음주 운전자의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해졌는데, 이전 수십 년 동안 이 위험들은 모두 발생 비율이 훨씬 높았다. 부모가 보살피지 않는 아이를 보기가 희귀해지자, 가끔 그런 아이가 목격되면 이웃이 911에 신고해 경찰이나 아동보호국을 부르는 일이 흔해졌고, 자신들이 30년 전에 누렸던 독립성을 아이에게 누리게 하려고 과감하게 시도했다가 철창신세를 지는 부모도 가끔 생겨났다.
  Z세대는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다. 그것은 어른과 학교와 그 밖의 기관이 합심해 아이들에게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고 가르치고, 아이들이 위험과 갈등과 스릴을 경험하지 않도록 노력한 세계였다. 경험을 기대하는 아동의 뇌가 불안을 극복하고 기본 정신 상태를 발견모드로 설정하려면 그러한 위험과 갈등과 스릴의 경험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137쪽.

 

 

  신체적 안전은 당연히 좋은 것이다.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도 안전띠와 화재경보기 사용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심리적 안전이라는 중요한 개념도 있다. 이것은 집단 내에서 구성원이 거리낌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더라도 처벌이나 창피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의 믿음을 가리키는데, 그래야 사람들이 기꺼이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은 건강한 직장 문화를 알려주는 최선의 지표 중 하나이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집단에서는 구성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릴 수 있고, 상대방의 생각을 정중한 태도로 비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심사하고 검증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캠퍼스에서는 감성 안전이 훨씬 광범위한 개념으로 변질돼 사용되는데, 예컨대 "다른 사람이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내가 부정적 감정을 경험할 필요가 없어. 나는 '도발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라는 태도로 나타난다.
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