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0.(수)
학교 예배팀에서 2022학년도 오디션을 보았다. 나는 방송 지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디션을 지켜보았다. 보는 내내 속상했다. 속상해서 햄버거를 두 개나 먹었다.(!)
중고등학교 때 평생 예배팀(혹은 찬양팀)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노래도, 춤도, 악기도 못 했다. 국어와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것은 교회에서 어떠한 '쓸모'도 없었다. 방학마다 하는 수련회에서, 그마저 아주 잠깐 하는 퀴즈에서 아주 약간 도움이 되는 것이 전부이다. 반면, 교회에서 여러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 친구들은 대게 예배팀 친구들이었다. 1년에 한 번 정도 하는 제자 훈련을 해도, 예배팀 학생들이 전체의 7~80%의 비율을 차지했다. 교회에서 어떠한 역할도 맡지 않는 친구들은 전체의 2~30%였다. 그리고 나는 항상 2~30%의 학생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교회에서 자발적 아싸가 되었다. 스무 살부터 교생 실습과 군인 신분일 때를 제외하고는 늘 청소년부 교회 학교 선생님을 맡아왔었지만 내 역할은 언제나 '아싸'였다.
교회에서 가르치고 나눌 수 있는 문화는 음악과 노래와 율동이 전부인 걸까.
예배팀을 하게 되면, 1주일에 한 번은 적어도 모인다. 모여서 연습만 하지 않고, 최소한의 신앙훈련을 함께한다. (삼단논법에 따라) 예배팀을 하게 되면 1주일에 한 번은 작게라도 신앙훈련을 한다. 학교에서 이 역할을 감당해줄 수 있는 곳이 학교 예배팀 뿐인 것 같다.
예배 시간에 틀리면 안 되는 게 언제부터 생긴 걸까. 악기와 노래와 춤을 잘하는 학생만 단상에 올라갈 수 있는 건 성경책의 어느 부분에 적혀있는 걸까. (레위 지파는 실력이 좋아서 제사를 지냈던가?) 완벽한 음악과 노래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건 언제부터 생긴 걸까. 그것이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만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레위기에는 '제사 드리는 법'이 적혀있지, 제사 잘 드리는 법이 적혀있지는 않는 것으로 배웠다. 오른쪽 손가락에 피를 바르는 이야기는 있어도, 오른쪽 귓불에 피를 예쁘게 바르는 법은 없다. 언제부터 우리는 완벽한 노래, 완벽한 찬양에 집중하게 되었던 걸까. 그럴 거였다면 애초에 중학생을 세우는 예배는 맞지 않는 것 아닐까. 교사가 모든 예배를 인도하고, 그걸 그저 바라보게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함께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조금은 실력이 모자라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모이기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의 나눔과 교제(초대교회에서는 이것이 '예배'라고 배웠다.)를 집중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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