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나무 아래서

"천국에 아파트 못 가져가잖아요?"

꿈잣는이 2022. 3. 6. 14:39

(22년 1월 21일)

2021년도 십일조 기부금 영수증 내역이다.

 

17년도부터 연말정산을 해왔다. 연말정산 시즌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받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1년간 내었던 십일조를 돌이켜보니 7,103,356원이다. (십일조란, 기독교인이 교회에 수입의 1/10을 떼어 내는 헌금을 이야기한다.) 글자 그대로의 '십일조'를 지키고 싶었던 나는 월급 통장에 찍힌 돈에서 가장 오른쪽 자리수인 0을 뺀 금액으로 십일조를 냈다. 상여금, 방과후 학교 강사비 수당 등 월급 통장에 들어오는 모든 돈의 1/10을 헌금했었다. 덕분에 1년간 진짜 내 소득을 확인하기 쉽다. 1년간 낸 십일조의 총액에 10을 곱하기만 하면 1년의 소득을 알 수 있다. 30살 맞벌이 부부의 기준으로 꽤나 많이 벌고 있는 듯하다. 자녀 없이 맞벌이할 때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부모님의 이야기가 여전히 심장에 새겨져 있다.

2018년, 예수전도단의 한 간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소득의 30%를 타인을 위해 쓰는 삶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10%는 십일조에, 10%는 선교와 후원금에, 10%는 이웃 환대에 쓰기로 하였다. 결혼을 하면서도 이 약속을 여전히 부부의 가이드라인으로 정했다. 하지만 패기 넘치게 삶의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던 나의 20대 초반 시절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월급을 받아 정산하고, 소득의 30%를 떼어놓을 때마다 마음이 어렵다. 소득의 30%를 떼어놓았기에, 월급에서 0.7을 곱한 숫자만큼만이 우리 집의 소득이 되었다. 급여 이체가 스마트폰에 푸시알람으로 울릴 때마다 0.7을 곱할 때마다 씁쓸한 마음이 올라온다. '인천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5평도 안 되는 원룸에 사는데도 왜 우리는 돈이 충분히 모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매일 했다. 30%를 떼어낸 뒤,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없는 것이 맞는 셈법인 듯도 하다.

인천의 학교에 다니며, 이곳 선생님들의 삶을 본다. 정년이 1달 남은 교장 선생님께서는 학교에서 가장 낡은 차를 타시며, 아직도 전세로 2년마다 집을 옮겨 다니신다.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천국에 아파트 못 가져가잖아요?" 한 문장이 선명하게 귀에 남아 있다. 나침반처럼 삶의 지침으로 삼는 어느 교사 모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족하는 삶을 배우기로 결정하시며, 스스로의 삶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집으로 충분하다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본다. 또 다른 분은 나처럼 수입의 많은 부분을 후원하며 살아오시다 10년 넘게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속상해하신다. 여러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나는 어떠한 가치에 삶의 방향성을 두는 것이 맞을까.

 

Max Roser. (2021). 세계의 소득 수준 누적 분포. 세로축은 1일간 수입을 달러, 가로축은 수준 하위 퍼센트를 나타낸다. 하루에 30달러를 버는 사람은 세계 소득 수준 85%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맥어스킬(2017)의 책에 따르면 우리 집의 소득은 세계 상위 1%이다. 소득의 30%를 떼어내어도 (71,033,560*0.7=49,723,492) 충분히 상위 2% 안에 들 수 있다. 그런데 왜 나에게 불안함과 두려움이 가득 몰려왔을까. 정년까지 내 집 없이 삶을 살아내셨던 교장 선생님처럼 삶을 살아내어도 괜찮지 않을까. 돈을 벌기 시작한 지 이제 고작 6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벌써 첫 마음을 잃어버리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윌리엄 맥어스킬. (2017). 『냉정한 이타주의자』. 서울 : 부키.
Max Roser. (2021). 「Global economic inequality: what matters most for your living conditions is not who you are, but where you are」. https://ourworldindata.org/global-economic-inequality-introdu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