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함이 충만하던 고2, 닮고 싶은 어른을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어른 한 명 없는 세상이네. 에휴... 그거 내가 해야 하겠다.`라는 어린 생각으로 가득 찬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선생님, 그걸 우리는 중2병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스물다섯이 되어 직장인으로 월급을 받기 시작하니 닮을만한 어른이 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롤모델은커녕, 그저 나 자신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엄마의 아들로서의 1인분, 군대에서 소대장으로, 아내의 남편으로, 혹은 학교에서 수학 교사, 담임교사로서의 1인분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상상을 넘어서는 비용이 드는 사회가 되었다. 한껏 교만했던 고2 시절의 `닮고 싶은 어른이 되는 삶`이란 다짐은 점차 옅어지고, 그저 `나로 인해 마음 상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만 하면 좋겠다.`의 마음만 가득 차는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스물일곱이 되어서야, `배우고 싶은 어른`을 찾았다. 사랑하는 방법, 편이 되는 방법, 위로하는 방법, 격려하는 방법, 기다려주는 방법, 시간을 투자하는 방법, 공감하는 방법, 듣는 방법, 필요를 채우는 방법, 이름을 부르는 방법, 떠나보내는 방법, 보이는 모습 너머를 기대하는 방법, 그리고 마음을 다하는 방법을 배웠다. (물론, 배운 것과 살아내는 것은 다르다... 배웠지만 살아내기는 여전히 어렵다. 내가 이토록이나 사랑이 모자라다. ㅠㅠ) 이분께 배운 것들이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어, 그저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는 보조 형용사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찾았다.
그 선생님께서 책을 내신다. 선생님을 알게 된 18년 3월부터 출간 알림 신청 받아, 출간마다 책을 사 읽는다. 노란 책은 담임 반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오선화. (2021). 『그저 과정일 뿐이에요.』. 좋은 씨앗.) 아직 읽어보지도 않았지만(심지어 책 이름은 너무나 무섭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의 모든 것이 다 좋아서, 하나하나의 행동까지 모두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가 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든 그 의미를 묻기 전에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온전히 지지하고 응원한다.
이전까지는 그저 나 혼자 알고 싶은 어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오선화 선생님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삶의 방향에 동참하면 좋겠다. 그렇게 더 많은 아이들에게 치킨을 먹일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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