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의 좋은교사대학에서 5년 차 이하 저경력교사를 위한 자율연수 '훌쩍' 연수(혼자 훌쩍 울지 말고 함께 훌쩍 성장해요!라는 의미의 연수이다.)를 매해 진행한다. 2년 차 교사 때부터 올해까지 4번 연속으로 모두 참석했고, 그때 배운 학급 운영 중에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는 학급 특색 사업 주제로 '스페셜 레터 데이'가 있다. (아이디어 저작권은 기윤실교사모임 권신영 선생님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학급 특색 사업 날짜 3~4주 전, 학생들의 보호자들께 안내 문자를 보내드린 뒤 학교로 보호자들의 손편지를 우편으로 받는다. 보통 첫 중간고사 직후로 날을 정하거나, 가정의 달을 기점으로 날을 정한다. 올해는 중간고사 직후에 어버이날이 끼어 있어, 날짜를 잡기 좋았다.
24명의 학부모님 중에서 전화 상담 3가정을 제외하고 총 21명의 학부모님을 만나 뵙는 중이다.(상담주간은 3월 말이었지만, 5월까지 학부모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짧게는 45분에서 길게는 3시간씩 대화를 하게 된다. 자연계열 학생이기에 성적에 대한 염려가 가장 크지만, 학부모님과의 긴 대화를 통해 마음이 맞추어진다. 결국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내는 것.' 이것을 학부모님과 내가 원하는 전부였다. 언젠가는 기력이 다하고 여력이 없어질 부모님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을 시기가 되기 전에, 스스로의 삶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힘써 돕는 것.
7~11반의 수학I 수업에서는 "이 정도는 해내야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어!"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아이들을 몰아세우지만, 언제나 마음은 학부모님과 똑같다. 모두가 1등급을 받을 수 없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그저 내가 원하는 한 가지는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쉽지 않은 K-고딩의 삶을 살아내는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와 응원보다 더욱 큰 격려가 있을까. 고작 18살인데도 해내야 하는 것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아이들의 상황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흘러갔기를 바란다.
가정방문, 학부모 상담주간, 그리고 학부모 손 편지 전달 행사가 마치고서야 한 해의 학급 세팅이 끝난 느낌이 든다. 성적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가르치는 대한민국의 인문계 고등학교 안에서 입시가 세상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됨을 나의 학급에서만이라도 외치고 싶은 나의 마음이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전해지기 시작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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