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졸업식이 있던 날, 한 졸업생이 나에게 꽃을 주었다. 2022학년도에 같은 학년으로 일 년간 함께 하였던 학생이 나에게 꽃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담임 반 학생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나의 수업을 들은 학생도 아니었다. 어떠한 마음으로 이 꽃을 주었을까. 꽃을 건네던 2월 1일 아침 8시, 그 학생의 이야기가 여전히 어렴풋이 기억에 머무른다.
"졸업 하기 전까지 저에게 사탕 하나 받지 않으셨지만, 이 꽃은 그럴 수 없으시겠지요?
이제 제가 졸업했으니까요!"
엄밀하게는 졸업식 당일까지는 학적이 학교에 남아있긴 하니, 2월 2일부터 김영란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22학년도 때부터 사탕을 받아도 어떠한 위법사항이 없었다. 이 학생에게는 22학년도에도, 23학년도에도 수업, 담임 등 업무상 관련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만약 내가 학생들에게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원칙에 맞추어 사탕 정도는 학생들에게 꾸준히 받았다면, 꽃다발을 받지 않았을까?
나에게 찾아온 첫 감정은 부끄러움과 낯섦이었다. "꽃을 받을 가치가 있는 일을 하였는가?" 라는 질문 앞에, 대답할 것이 별로 없었다. 특히 꽃다발을 선물한 학생을 위해 받을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질문 앞에, 대답할 것이 없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이 무척 생소했고, 그렇게 낯선 꽃을 직면했다. 20학년도의 마지에 받은 텀블러와 케이크가 여전히 생생했다. 강조하고 강조했지만, 20학년도 종업식에서 2학년 4반 친구들은 결국 돈을 모아 케이크와 텀블러, 그리고 롤링 페이퍼를 선물했다. (엄밀하게, 법리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이것 또한 받아도 되는 것이었다.(각1) ) 그리고 나는 금액을 따져, 모든 친구들에게 계좌이체로 해당되는 금액을 돌려주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받은 마지막 물건들이었다. 그 이후에는 편지 등 손으로 직접 만든 것들만 선물을 받았다. (물품가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만 받았다.)
청탁금지법을 문자 그대로 지킨다. 교사로 살아가기로 결정하면서 내가 나 자신과 기쁘게 맺은 약속이다.
(각1)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8조 3항의 2.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1항. 별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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