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 마땅히 사랑 받을 만한

어느때보다 추웠지만, 어느때보다 따뜻했던 학교에서의 성탄절

꿈잣는이 2023. 12. 24. 23:57

우리학교 2023학년도 하모니제 본선. 2-11반은 첫 순서로 'Baba Yeto'를 불렀다. (학교 홈페이지 영상 : https://url.kr/uyld1b)

 

 

내가 담임을 맡은 반이 수학여행 CCD 경연대회에서도 1등을 했는데, 성탄예배의 하모니제(성가 경연대회)에서도 1등을 했다. 과학탐구 활동으로, 혹은 자연계열 고유한 성향으로, 학급 간의 경쟁이 유발되는 경연대회에서 높은 등위를 갖는 것이 흔치는 않았기에 더 의외였다. 그리고 기뻤다. 예선 때 우리 학급을 보셨던 음악 선생님께서는 '이과스럽게 한 음 한 음 연습한 것이 너무 잘 느껴진다'고도하셨다. (아프리카 기도문으로 시작한 원곡의 방향성과는 또 다른 해석을 치러낸 11반이라 하셨다.) 지난 수학여행 CCD 경연 때에도 파트별로 무수히 많은 연습을 쌓아 올려 결국은 1등을 해내었던 기억이 선명했다.

 

세어보니, 이제 5년 차 교사이고, 벌써 네 번째 담임 학급을 맡았다. 매 성탄절마다, 무언가를 했다. 18년도, 19년도에는 각각 2학급, 5학급에 수업을 맡았던 교과 교사였고, 교과 수업 들어가는 친구들에게 성탄 편지를 써주었다. 20년부터 담임을 맡아, 담임 반 아이들에게 성탄 편지를 써주었다. 18, 19년도와 달리, 20년도부터 업무량이 늘면서 교과 담당 친구들에게는 편지를 쓰지 못하고, 담임 반 아이들에게만 편지를 썼다. 그렇게, 20, 21, 22년마다 학급 친구들에게 성탄 편지를 써왔다.

 

 

2022학년도 성탄편지. 학교 교목실에서 만들었던 성탄카드 21장을 받아와, 21명의 학생들에게 각각 편지를 써주었다.

 

2020학년도 성탄편지. 빌립보서 2장 말씀은 스티커로 붙이고, 나머지 부분은 손으로 편지를 써주었다.

 

연말에는 생활기록부와 정기고사, 또 학기말 특색수업 등으로 정말! 정말! 분주하다. 18, 19년도에는 약 2개월 전, 10월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20~21년에도 2개월 전부터 쓰기 시작하였는데, 성탄예배 일주일 전엔 잠을 줄여가면서 편지를 써서 겨우겨우 기한을 맞추었다. 매해 성탄절을 보내며, '올해까지만 편지를 쓰고, 다음 해부터는 이제 못 쓰겠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곤 했다.

 


 

유난히 긴 여름 방학을 보내던 중이었다.

 

CCD 연습을 하는 올 해 우리 반 아이들을 떠올리다 문득, 반 아이들과 헤어진 이후가 떠올랐다. 2024년, 2025년, 2050년, 2100년... 50년 뒤 아이들의 모습은 어떠할지 상상하다, 반 아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전해주고 싶었다.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은 해마다 송구영신 예배에서, 혹은 부흥회나 다양한 경로의 제자훈련 등에서 몇 번은 경험하겠지만, 그 외의 친구들에게는 평생 한 번 받을 기회 없이 살아갈 것이다. 24명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과 예언의 이야기들을 모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8월 말부터 반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위해 기도하면서 학생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여쭈어보고, 또 정리하기 시작했다.

 

11반 학생들의 약속의 말씀.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위해 기도하며 받은 축복의 말씀과 기도문이다.

 

11월이 되어 반 아이들의 약속의 말씀을 거의 채워갈 즈음이 되어서야, 성탄절이 가까워옴을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성탄 편지를 손으로 썼는데, 약속의 말씀과 함께 담아내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손으로 적어내려가기에 남은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여, 이번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하기로 정했다. 5년 만에 처음, 타이핑으로 편지를 쓰니 담을 말이 다양해져서 오히려 더 좋았다. (작년까지는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개별적인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 담지 못한 채, 편지를 베껴 써 내려가던 기억이 난다.)

 

손으로 쓰고 싶었으나, 시간은 모자라고 전할 말은 많아, 올해는 타이핑으로 성탄 편지를 작성했다.

 

교무실 뒷 자리 선생님들은 2학기 교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이 거의 완성되어가고 계신데, 여전히 나는 수행평가조차 허덕이고 있는 상태에서 성탄편지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직면할 때마다 여러 마음이 들었다. 생기부는 필수 업무이지만, 성탄편지는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이니까. '편지, 그리고 약속의 말씀을 주는 것보다, 빠르게 생기부를 완성해서 전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유익할까?'의 마음이 계속 들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내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일단 완성을 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학생들에게 약속의 말씀을 주는 것, '너를 위해 영원히 기도할거야.'라는 어려운 약속을 전하는 것이 마냥 기쁘고 즐거운 소식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럴 시간에 그냥 생기부 과제 하나 더 첨삭해 주세요."가 더 학생들이 원하는 소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받아 읽으며 "매번 감사드려요.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사람으로 자라날게요.", "제 이름 뜻이 '밝게 빛나다'라는 뜻이에요. 감사드려요.", "평생 잊지 않을거에요."라고 기뻐하는 친구를 보며, 할 수만 있으면 내년에도 또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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