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에 처음 학급 담임을 맡은 이후로, 11월 2일 부로 세 번째 학업 중단 학생을 맞았다. 이미 스물한 살이 된 첫 번째 친구와 같은 이유로 이번 친구도 자퇴했다. 자퇴 사유는 정시 준비이다. 수행평가, 정기고사, 또한 무수히 많은 교내 행사들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수능 준비에 마음과 시간을 쏟아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모의고사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고 있고,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수행평가나 지필평가, 교내 행사와 동아리 활동은 분명, 수능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은 자명하다.
- 정시를 준비하는 사람.
- 해외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
- 신체적, 정서적 이슈로 인하여 장기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
외의 자퇴는 모두 막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정시를 위해 학교를 떠나는 친구들도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막고 싶다.
수능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고등학교는 결국 대학 진학이 목적의 전부일뿐이구나.'라는 자괴감이 생겨나게 한다.
나는 기독교 사립학교에서만 근무했다. 교실 안에서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교실 안에서 하나님 나라가 먼저 세워지기를 소망하는 내 개인적인 소망이 있는 나에게는 자퇴가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저 결국 이곳, 기독교 학교에서도 대학 진학만을 위한 공동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직면할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 올라온다.
잊지 않아 주면 좋겠다.
우리 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모두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우리 학교가, 그리고 내가
삶으로 가르치고자 했던 사실이
'대학 입학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임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진리를 기억해주면 좋겠다.
17살부터 19살까지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진학이 아니라, '무엇보다 네가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너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고, 또 따뜻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임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삶의 이유가 되고, 존재의 필요가 되는 사람이 됨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축복하고, 기도해.
여전히 기억하고, 또 응원하고 있어.
사랑스럽고, 또 사랑받을만하며, 다시 사랑스러운
2020년의 S, 23년의 M, 그리고 E
사족.
며칠 전, 우리 반 아이의 자퇴를 본 옆 반의 한 학생도 학업을 중단했다. 2달 전까지 목소리로 찬양하는 예배팀 싱어로 매주 예배를 섬겼던 학생이었다. 결국 우리 학교도 다른 고등학교와 같이, 대학을 보내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공간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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