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치렀다. 2011학년도에 처음이자 마지막 수험생으로의 수능 이후, 2022, 2023, 2024 세 번의 고사실 감독관으로 수능을 치렀다. 수험생 자격까지 포함해서 벌써 네 번째 수능이었다.
첫 감독은 원인재역 근처의 연수 고등학교, 두 번째에는 백운역 근처의 상정고등학교, 올해는 인천 논현역의 송천고등학교였다. 연수고등학교에서는 과학탐구를 선택한 남학생들이 모였고, 상정고등학교는 특성화고 남학생들이 모였다. 송천고등학교는 과학탐구를 선택한 남학생 중, 제2 외국어 / 한문을 응시하는 학생들이 주로 모여서 수능을 응시하는 학교였다. 따라서 송천고등학교는 21개 시험실 중 11곳에서 5교시 제2 외국어 영역 시험도 진행되었다. 나는 수능 감독관 중에서도 무척 젊은 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5교시 감독도 포함될 것을 염두에 두었다.
하루 전날 진행 되었던 수능 감독 종사 요원 회의 장소에 다시 모여 출근 확인을 하고, 전자기기를 제출했다. 이곳에서 한 번 더 짧은 감독관 연수를 진행했다. 이후 본관 3층의 감독관 대기실로 이동한 후에야 감독관의 담당 고사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독표는 각 영역의 시험이 시작되기 약 20분 전 즈음 공개된다. 1교시 국어영역은 대기실에 사전에 걸려있지만, 대기실 입실이 7시 50분에야 가능하다.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1교시 제1 감독관으로 첫 감독을 시작함을 확인했다. 1교시 국어 영역에서의 감독관은 전자기기 제출 및 본인 여부 확인 등, 시험실의 첫 세팅을 담당한다.
본인 여부 확인은 매 시간 답안지의 감독관 서명과 함께 진행된다. 하지만 1, 3교시는 마스크를 내린 얼굴, 신분증, 응시원서, 수험표의 대조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갖는다.
따라서 1교시 감독관은 시험실에 110분 이상 머무르게 되며, 이는 2교시 수학 영역과 같은 시간이다. 4교시 한국사, 탐구영역의 117분과 함께 가장 긴 시험이고, 제3 감독관이 함께 머무르는 4교시 시험과 함께 1, 2, 4교시가 가장 힘든 시험 감독으로 여겨진다.
각 영역의 시험마다 어려운 점이 하나씩 존재한다. 1교시는 본인 여부 확인 및 전자기기 제출이라는 고사실 세팅의 부담이 있다. 2교시 감독관은 100분이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감독 시간이라는 부담이 있다. 답안지 확인 서명을 마친 뒤 약 90~95분의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3교시는 영어 듣기가 진행된다. 약 18분 내외의 시간 동안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대기해야 한다. 수능의 비행기 이착륙 금지는 이 시간에 진행된다. 물론, 영어 듣기가 끝난 이후에는 시간이 무척 빨리 흘러간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4교시는 한국사 영역, 탐구 영역 제1 선택, 제2 선택이라는 세 과목의 시험과 두 장의 답안지로 인해 부정행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험 영역이라는 부담이 존재한다.
각 영역마다 어려움이 있어, 각 선생님들마다 '그나마' 선호하는 영역이 조금씩 다르다. 어차피 4교시는 모든 감독관이 투입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4교시는 선호도가 가장 낮지만 선호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나는 굳이 선호도를 따지면 1교시를 가장 좋아한다. 보통 1, 2, 3, 4 네 시간 중 세 시간 정도 감독을 진행한다. 즉, 1교시 감독이 없으면 2, 3, 4교시 연속 감독을 해야만 하고, 2, 3교시 연속 감독일 경우 점심을 촉박하게 먹어야 한다. 12시 10분, 2교시 종료령과 함께 시험실에서 답안지 수량 확인 및 답안지 최종 검토를 하고, 시험실을 나와 시험 관리 본부로 이동하여 답안지를 확인받은 뒤, 본부로 답안지를 인계하고, 식당으로 움직여서 줄을 서서 식사를 하고, 다시 3교시 시험지와 답안지를 인수받아 13시 정각 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이 모든 행동이 50분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나의 1교시 시험실은 4번 시험실이었다. 즉,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부터 오름차순으로 정렬했을 때, 나는 4번째 순서였다. 5교시 제2 외국어 / 한문을 응시하는 시험실은 총 11개였다. 시험장 학교 출신의 시험실 감독관 8분이 모두 5교시 감독을 맡아주신다 하셨으니, 5교시 감독에 필요한 제1 감독관은 총 11 - 8 = 3명이다. 그리고 제2 감독관은 11명이 더 필요했다. 내 순번은 4번째였으니, 막내 1~3순위 감독관께서 제1 감독관을 들어가시고, 4번째인 나부터 14 번째 감독관까지 제2 감독관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오래 감독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경우였다.
그렇게 시험 전날의 예상대로, 1, 2, 4, 5교시의 감독 업무를 수행했다. 1, 2, 4교시는 제1 감독 업무를 수행했고, 5교시에는 제2 감독관으로 감독에 임했다.
제1 감독관과 제2 감독관도 감독관 별로 선호도가 다르다. 아무래도 제1 감독보다 경미한 부담을 갖고 임하는 제2 감독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제1 감독에 비해 부산스럽게 움직여야 한다는 단점으로 인해 제2 감독관보다 제1 감독관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내게는 큰 차이가 없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나에게는 시험실 가운데 우뚝 서서 제2 감독관이 시험지 / 답안지를 손수 나누어주시는 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제1 감독관의 역할이 조금은 더 불편하다. 연배가 비슷한 감독관이 제2 감독일 때에는 괜찮으나, 10년, 20년 더 경력 있으신 선생님이 제2 감독관으로 답안지 / 시험지를 나누어주시고 걷으시는 모습을 뵐 때면 무척 불편하다.
마지막 교시 제2 감독관은 시험실에 입실하며 수험생의 전자기기를 모두 챙겨 올라간다. 마지막 시험이 4교시 한국사 / 탐구 영역인 경우 4교시 제3 감독관이 전자기기를 챙기고, 마지막 시험이 5교시 제2 외국어 / 한문 영역인 경우 제2 감독관이 전자기기를 챙긴다. 시험이 모두 종료된 이후에도 답안지의 최종 확인이 모두 종료될 때까지 수험생은 자리에 대기해야 하고, 전자기기를 챙겨 올라간 감독관은 그 수험생들과 함께 기다려야 한다. 이때, 수험생들은 제출한 전자기기를 돌려받은 채 기다리지만, 함께하는 감독관은 빈 손으로 그들을 감독해야 한다. 4교시 한국사 / 탐구 영역은 특히 답안지도 두 장이기 때문에 시험 본부에서 수고를 다해주시지만 답안지 최종 확인 시간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까지도 소요된다. 첫 수능 시험 감독에서는 4교시 제3 감독관으로 배정받아, 수능 시험 종료 이후 1시간을 꼬박 대기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는 이전의 두 번의 수능과 달리 기억하고 싶은 더 많은 일들이 생겼다. 제2 외국어 / 한문 영역이 있는 시험장이었기도 했고, 가까이에서 부정행위처리 된 수험생을 발견하기도 했다.
제2 외국어 / 한문 영역의 응시자가 모여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시험장보다 더 다양한 학교의 수험생들이 모였다. 4교시로 시험이 종료되는 시험장의 경우, 근처 지역의 학교 학생이 모이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학교에서는 서구, 영종도, 남동구, 부평구, 연수구 등 각지의 수험생이 모두 모여있었다.
과학탐구 영역을 응시하는 수험생의 경우, 자연계열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보통 제2 외국어 / 한문 영역은 응시하지 않는다. 일반적이지 않은 응시 유형이기 때문에,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수험생이 모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결시자도 많지 않았다. 내가 감독 업무를 맡았던 서로 다른 4개의 시험실 중에 결시자는 고작 6명이었다. (한 시험실에 24명의 수험생이 배정된다.) 또한 수학 영역과 과학 탐구 영역에서는 모든 시험 시간을 꽉 채워 문제를 푸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수학 영역의 경우, 1 ~ 2 등급을 받는 수험생을 제외하고는 100분이라는 시간은 30문제를 풀기에 너무 긴 시간이다. 수학 영역에서 22, 30번 등 최고 난이도 문항을 빼면 3~40분 만에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학생도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100분의 시험 시간을 모두 활용하는 수험생들은 수학 영역에서 1 ~ 2 등급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4교시 한국사 / 탐구 영역이 마치자마자, 150명이 넘는 수험생이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11개 고사실의 264명의 학생 중 대다수가 중도 포기를 선언하고 고사실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다른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실제 제2 외국어 / 한문을 응시하지 않지만 전략적으로 제2 외국어 / 한문을 선택하여서 시험 분위기가 좋은 학교를 배정받는 수험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2 외국어 / 한문을 응시하는 과학탐구 수험생의 시험 응시 분위기가 좋을 것을 보장한다는 가설은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탐구 영역 한 과목을 대체할 수 있는 제2 외국어 / 한문을 추가로 준비하는 수험생은 기존의 탐구 영역 두 과목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타 학생들보다 적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즉, 순수하게 과학탐구 2 과목만 보는 학생이 더 질 높은 시험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실제로 첫 수능 감독을 갔던 연수고에서는 송도 지역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고, 제2 외국어 / 한문 영역 응시자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결시자도 적었고 수학, 과학탐구 영역도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응시하는 수험생이 대부분이었다.
무척 큰 사회적 비용(150명의 5교시 시험지, 답안지, 그리고 수십 명의 감독관, 그리고 그 감독 수당)을 감당하면서까지 '5교시를 신청하는 전략적인 선택'을 옹호하기에는 그저 "좋은 환경, 좋은 분위기에서의 시험" 보다 더 중요하고 위험한 위험이 있다.
5교시 시험 감독을 하던 중, 복도 감독관으로부터 안내 쪽지를 받았다. (00) 시험실의 (00) 수험생을 이번 시험 종료 직후 곧바로 시험 관리 본부로 보내달라는 메시지였다. 이런 메시지는 1교시 시험 이후부터 꾸준히 올라온다. 답안지 확인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해당 수험생을 시험 관리 본부에 불러 오류를 정정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인 절차는 본부 요원으로 근무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본부 요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관련 책임자의 입회 하에 공정한 방법으로 답안지의 오류를 정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하게는 필적 확인 문구 미기입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수험번호 착오 기입 등의 치명적인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해당 수험생은 이미 중도 포기 신청을 하고 시험실을 떠났었다. 운이 좋게도 해당 수험생이 시험장을 완전히 떠나기 전에 찾았다면 다행이겠다. 시험 중도 포기 원서를 한 창구에서만 접수를 받았다. 한 층의 복도 전체가 중도 포기 희망자로 가득 찰 정도였다. 운이 좋다면, 아직 포기원서를 쓰기 전에 해당 수험생을 만났을 수도 있다. 혹은 경미한 오류라서 시험장 책임자와 교육청 파견관의 재량으로 답안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천의 하나, 만의 하나라도 무척 중요한 오류가 발생했다면, 해당 수험생의 4교시 탐구 영역의 답안지는 채점되지 않은 채 성적표가 발급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지막 시험이 모두 끝나고도 수험생들이 시험실에서 계속 남아 최종 답안지의 최종 확인이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답안지를 최종 검토하지 못한 채 시험을 마무리할 정도로 '좋은 분위기'에서 시험을 응시하는 것이 중요할까? 나는 의문이 남는다.
5교시 시험 감독을 시작하기 전, 우리 학교 선생님이 제2 감독관, 제3 감독관 두 분이나 배정받은 한 시험실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탐구 영역 제2 선택 과목 시험이 진행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2 선택 과목 시험의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었고, 한 수험생은 최종적으로 답안지에 마킹한 답안과 문제지의 답안을 비교하고 있었다. 그런데 답안지의 제2 선택 과목의 답안과 문제지의 답안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답안지의 제1 선택 과목의 답안과 문제지의 답안을 비교하는 작은 실수를 했다. 제1 선택 과목의 문제지는 당연히 제1 선택 과목의 시험이 끝난 뒤, 감독관이 모두 수거했다. 수험생의 손에 있는 문제지는 제2 선택 과목의 문제지이다. 답안지의 제2 선택 과목의 답안과 문제지의 답안을 비교해야 했다. 당연히 답안지의 답안과 문제지의 답안이 거의 모두 달랐다. 당황한 수험생은 제1 선택 과목 답안에 수정 테이프로 정정을 시작했다. 시작은 작은 실수였지만, 이제부터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 수험생은 이 사실을 깨닫고서 감독관들에게 답안지 교환을 요청했지만, 제2 선택 과목 시험 응시 중에 제1 선택 과목 시험 답안을 정정한 행동은 명명백백한 부정행위 사례였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듣자마자, 나를 포함한 모든 선생님들은 속상함을 숨기실 수 없었다. 감독관의 가장 큰 역할은 부정 행위자를 찾아 적발하고, 사후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들을 미리 살피고 도움으로써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두 장의 답안지를 회수해야 하는 4교시에서 가장 많은 부정행위가 발생한다. 특히 탐구 영역은 한 장의 답안지에 두 선택 과목의 시험을 응시하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부정행위 사례가 존재했고, 그 모든 부정행위 사례를 막기 위해 무척 긴 시간의 연수를 매 수능마다 진행한다. 그리고 4교시 탐구 영역의 가장 큰 어려움이 의도하지 않은 부정행위의 예방이기도 하다.
아무리 긴 사전 연수를 받고 감독관이 긴장하고 시험 감독을 진행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례는 감독관이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없다. 실수로 두 장의 문제지를 동시에 꺼내 놓거나, 다른 과목의 문제지를 꺼내 놓는 등의 사례는 감독관이 면밀히 살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마킹이 끝나고 응시가 종료된 답안을 수정하기 전에 미리 살펴 알아낼 수 없다. 수험생들이 불편해할 것이 염려되어 감독관은 수험생 곁에 다가가는 것도, 수험생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어렵다. (실제로 많은 민원을 차지하는 것들 중 하나가 '감독관이 나를 너무 빤히 보아 부담스러워, 시험을 제대로 응시할 수 없었다.'이다.) 제2 선택 과목 시험 응시 중이니 모든 수험생이 제2 선택 과목 답안지에 마킹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예방할 수 없는 영역의 부정행위를 발견한 해당 시험실의 세 선생님은 물론, 모든 시험 관리 본부의 요원들이 함께 마음 아파했다.
미국에서 표준화 시험을 도입한 프레드릭 켈리는 "이 시험은 너무나 부실하여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These tests are too crude to be used, and should be abandoned.)"고 주장했다. 표준화 시험(standardized test)은 '표준'이라는 단어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시험이다. '사물의 정도나 성격 따위를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으로의 표준화 시험은 정량적인 점수로 그 시험의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표준화(정규분포화)하여 해당 결과를 얻은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를 타당하게 찾아낼 수 있다. '일반적인 것. 또는 평균적인 것.'으로의 표준화 시험은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조건에서, 균등한 기회로, 객관적인 시험을 치러낼 수 있다. 두 가지 명확한 장점이 있는 표준화 시험은 다른 단점들을 보완하며 계속 개발되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수험생의 상황을 반영하기에 '부실하다'.
아직 이번 수능의 수학 영역의 시험지는 펼쳐 보지도 못했다. 현 정권의 강력한 의지로 올해 수능은 적지 않은 변화를 맞았다. 2028 대입 개편 시안은 여전히 논의점이 많다. 수능이 가까워 올 때마다, 한 기업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업로드된 한 수능 응원 문구의 표현이 마음에 계속 남는다.
10대 청소년 개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theclub_homeplus(2019). 「순응이 곧 끝납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 중에서.
오늘날, AI와 4차 산업혁명은 대한민국의 일상에 가득히 들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19세기의 교실에서 19세기 평가 방법을 사용한다. 통신 매체는 늘었고, 다양한 전자기기가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태블릿과 스마트폰과 각종 에듀 테크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활용 중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학 수학 능력 시험에서는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이 하나씩 늘어날 뿐이다. 20년 전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인 전자사전부터, 오늘날에는 결제 및 통신 기능이 있는 시계(스마트 워치를 이렇게 풀어서 설명한다), 스마트 안경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에 부친다. 나는 학생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편하도록 '아날로그 시계를 제외한, 건전지와 충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사물'이라고 안내한다.
2024학년도 수능의 필적 확인 문구는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다.
양광모 시인의 '가장 넓은 길'의 한 구절이다.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쉽지 않은 또 하나의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 올 해의 수험생들에게도 같은 마음이 임하면 좋겠다.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사랑스럽고, 마땅히 사랑 받을 만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과 함께한 23학년도 졸업식. (0) | 2024.02.21 |
---|---|
어느때보다 추웠지만, 어느때보다 따뜻했던 학교에서의 성탄절 (1) | 2023.12.24 |
세 번째 학업 중단 (0) | 2023.11.11 |
무엇을 소망하는 교사여야 할까? (0) | 2023.11.05 |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0) | 2023.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