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 마땅히 사랑 받을 만한

평생 첫, 그리고 앞으로 매해 만들 수 있길 소망하는 학급 문집

꿈잣는이 2025. 1. 17. 22:22

 

평생 처음으로, 학급 문집을 만들었다. 12년 나의 학교생활동안 단 한 번, 초등학교 학급 문집을 만든 적이 있다. 그 때에는 모든 과정을 담임선생님이 주관해서 만들어주셨다. 나는 제작되고 있는지도 몰랐고, 누군가 제출했던 글들만 묶여 학급 문집이 되었다. 나와 관련있는 지면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저 우리반만을 위한 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 문집을 결혼 후에도 부모님 집에 잘 모셔두고 있었다. (지금은 부모님도 이사가시며 내 방을 모두 처분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교사가 되기로 다짐한 뒤, 학급운영 연수를 들으며 다시금 학급 문집의 소식을 들었다. 학급 문집은 그저 학년말에 '만들어야지~'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1년간의 자료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묶여있어야만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2020학년도부터 매해 학급 담임을 맡아, 올해로 5번의 담임 학급을 맡으면서, 작년까지는 한 번도 학급 문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문집으로 남길만한 어떠한 자료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도 했다.

 

사실 작년부터는 약간의 자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급 구성원들에게 각자 칭찬샤워를 해주었다. (학급의 모든 친구들의 칭찬을 한 줄씩 써주면, 그걸 다시 정렬해서 각 학생들마다 칭찬묶음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학급실록이라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일기를 써주어 2024년도를 천천히 누가기록했다. 자료는 충분했지만, 학급문집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한 건, 학년말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고3을 앞둔 고2 겨울, 수능 디데이가 300일 정도 남은 시기에 학급 문집 편집을 자원받을 수가 없었다. 늘 고2만 맡아 수업을 해왔기에, 이런 것들을 해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고3을 맡고나니, 수능이 끝나고 시간이 많아졌다. 편집팀원 자원을 받았는데, 5~6명이 지원을 해주었다. 그래서 작년 학급까지, 학급 문집을 만들 수 있었다. (십일위키-> 2023학년도 2-11반 학급문집이고, 동물의 숲 디자인이 2024학년도 3-2반 학급문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디자인을 맡을수도 있었다. 나의 초등학교 6학년 학급문집처럼 교사가 주관한 문집은 더 빠르고 편하게 (가끔은 더 예쁜) 문집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23학년도, 24학년도 문집 모두 작은 여러 이슈들이 있었다. 문집을 준비는 과정에서부터 충분히 예상되는 이슈들이었다. '내가 그냥 맡아 하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하는 것들이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학생주도의 문집을 만들고 싶었다. 시행착오 또한 배움이고 경험이겠지 싶었다. 실제로 인쇄가 되어 나온 모습을 보니, 여러 마음이 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문집이라는 의의가 더 크기에,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각 학생들의 소개로 채워진 개인 페이지이다. 지금이야 선명하게 모든 학생들이 기억나지만 10년 20년 뒤에도 이들의 이름과 얼굴과 삶을 있는 그대로 기억할 자신이 없다. (5년 전 해방촌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과 2020년의 기억들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문집을 펼쳐보면 그 때의 기억들이 생겨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