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수식관계가 어렵다. 진짜 목격담이 가짜가 되었다는 의미다. '(사실) 가짜인, 진짜 목격담'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물론 저자가 밝힌 해석이 아니다. 내가 해석한 제목의 의미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김혜진 작가님의 청소년 장편 소설은 모두 읽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저자가 단 한 명 있다. 다른 책들은 그렇지 않은데, 김혜진 작가님의 책 앞 날개 작가 소개만큼은 꼼꼼히 읽는다. 접은 글에는 지금까지 변화해 온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모았다.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세상은 너무 좁은 것 같은데, 정말로 좁은 건지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건지 확인해 보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프루스트 클럽. 2005년)
내일의 할 일, 일주일의 할 일을 미리 계획해 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오늘의 할 일 작업실. 2011년)
붉은 벽돌 틈의 이끼와 오래된 물건에 난 흠집을 좋아한다. 이야기가 거기 꽁꽁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작고 평범한 것에서 시작하는 신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밤을 들려줘. 2015년)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지닌, 옅지만 견고한 결에 대한 글을 쓰려 한다. (가방에 담아요, 마음. 2017년)
웃기지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진지해서 재밌고, 무서워서 재밌고, 새로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귀를 기울이는 집. 2018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 2020년)
구겨진 종이 뭉치 속 그림자 같은 이야기, 있는 듯 없는 듯 결국엔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과 조용히 숨겨진 마음에 자리 잡은, 결국엔 벅차게 펼쳐질 이야기를 찾아 문장으로 옮기고 싶다.(완벽한 사과는 없다. 2021년)
시장과 미로와 수수께끼에 관심이 있고, 책 속을 헤매는 것을 좋아한다. 실컷 헤맬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길을 잃었다가 찾아내는 책, 주머니 가득 빛나는 것들을 주워 모을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여기는 시장, 각오가 필요하지. 2023년 6월)
오래 헤아려 보아야 하는, 숨은 마음들에 관심이 있다. 숨은 것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레 보듬는 글을 쓰고 싶다.(우리는 얼굴을 찾고 있어. 2023년 10월)
찬물에 면부터 넣고 라면을 끓여 봤다. 맛은 별 차이가 없다. 레시피든 사용법이든, 하라는 대로 하다가도 은근슬쩍 다르게 해 본다. 그러다 망하면...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 뭐. 글쓰기엔 조리법이 없어서 좋다. 오늘도 한껏 몸을 기울이고 비틀비틀 써 내려간다. 그렇게 얻은 문장의 맛, 맵고 달고 쓴 맛. (가짜 진짜 목격담. 2024년 9월)
머리말도, 저자의 글도 없이 104쪽으로 끝나는 너무나 짧은 책이었기에, 아기를 앞에 눕혀두고 한 시간여만에 다 읽었다. 정말 보통의 중3 학생들의 사소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우주가 선명하게 담겨있는 글이다.
예서의 질문이 마음에 머문다. "좋은 일이겠지. 그런데, 옳은 일이기도 해?"(72쪽, 같은 책) 짧은 책이었는데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책 초중반부에 계속 등장하는 재영이의 '하얀 거짓말'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나는 언제나 '아니'라는 답을 내렸다. 그런 내 가치관에서, 재영이의 '하얀 거짓말'은 불안했다. 선한 의도로 시작한 거짓말이었지만, 거짓말이 지닌 속성대로 점점 비대해져 갔다.
"좋은 의도였어."라는 표현으로, 무척 많은 것들이 덮였다. 겉에서는 다 확인할 수 없는 분위기, 강요가 아닌 부탁, 설명할 수 없는 께름칙한 말투와 웃음들. 읽는 내내 '학교 폭력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를 예서도, 재영이도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마음으로 덮어가는 모습들에 마음이 쓰였다. 책을 뚫고 들어가, '너희 그거 완벽한 잘못이고, 또 학교폭력이야!'라고 말하고 싶었다. (여전히 나는 교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나 보다.)
특별히 내게 "옳은 것"에 대한 나의 관심과 집중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다. 나에게 해리포터 시리즈의 덤블도어 교수가 했던 말 "곧 우리는 옳은 것과 쉬운 것 사이의 결정에 직면해야 할 것입니다.(We must all face the choice between what is right and what is easy.)" (J.K. 롤링.(2000). 『해리포터와 불의 잔』 문학수첩.)이 마음의 좌우명과 같이 남아있다. 좋은 것(Being good) 보다 옳은 것(Being right)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사람은 '옳은 말'로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옳은 말로 상처입을 뿐이다. 마음과 관계를 살필 때가 아니라, 내 삶의 선택지 앞에서 옳은 것과 쉬운 것을 구분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좋은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도 내 삶의 선택지에서 옳음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마음, 나의 태도, 나의 의견을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은이라는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느낀 재영이의 삶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나에게 '싫은 것'으로 인식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선배들과의 시간이 "그 선배들은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었어. 할머니에게는 나빴어도. 나한테는 좋았어."(89쪽, 같은 책)라고 말하는 예서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나 스스로도 비슷하다. 내 마음이 어떤지, 나의 의견은 어떤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저 '아내가 좋아하는 걸 나도 좋아해.'와 같이 선택하는 편이다. 아내가 일찍 퇴근하기를 기뻐하기에, 일찍 퇴근한다.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 나 스스로 오래 깊이 들여다 보아도 쉽게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겠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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