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가수 밥 딜런은 자신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통해 할머니에게 배운 교훈을 전했다. 할머니는 그에게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겉으로 평온한 듯 보여도 저마다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티가 나지 않을 뿐이다. 지쳐가는 사람에게 나의 짐을 짊어주는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오직 친절뿐이다. 32쪽.
하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는 두려움과 닮은 불안(anxiety)을 유발한다. 불안은 두려움과 달리 실체가 없는 대상에 느끼는 공포심이다. 불안의 대상은 미래에 있다. (중략) 아직 오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다. 불안은 우리를 긴장시키는 부정적 정서다. 그 외의 기능은 없다. (중략) 불안감이 찾아올 때엔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나에게 묻는 것이다. '증거 있어?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 없어?' 하고 말이다. 불안에 대한 상상은 대부분 망상이다. 불안은 실체가 없고 대부분 과장되어 있다. 만약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막연한 불안을 명확한 두려움으로 대체해야 한다. 36-37쪽.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소풍 전날은 늘 설렜다.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비가 올까 봐 몇 번이고 창밖을 확인했다. 어쩌다 선잠에라도 들면 어김없이 소풍 가는 꿈을 꾸었다. 그렇게 기대한 소풍이었지만 막상 그렇게 즐거웠는지는 모르겠다. 차멀미로 고생했고, 땀에 절어 불쾌했고, 유적지 답사는 다리만 아팠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기억에 남는 건 소풍 그 자체가 아니었다. 소풍을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행복은 이런 것이다. 어떤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기다리는 과정. 78쪽.
이들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열심히 사는 것 역시 불안 때문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노닥거릴 여유도, 도움 바랄 기대도 없다. 잘난 인생 저 혼자 우아하게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물밑에서 바둥거리는 백조처럼 처절하다. 그들은 무덤덤해 보이나 외로운 사람이고, 당돌해 보이나 지쳐 있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같이의 가치'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양육자와 같지 않다는 것,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도와줄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계기가 필요하다. '도와줘!' 한 마디 용기를 낼 때 그 용기에 손 내미는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을 가둬둔 투명한 벽은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다. 101쪽.
칭찬의 역습은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드라마 〈안나〉의 주인공 안나는 어린 시절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높은 성적을 뽐냈는데, 그녀를 회상하던 담임교사의 말이 인상 깊다. "어릴 때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에 취약해요." 칭찬은 순간적으로는 힘이 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는 힘을 뺀다. 칭찬의 본질을 지키는 데 에너지를 쏟게 만들기 때문이다. 169-170쪽.
인본주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무조건적 존중(unconditional regard)'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잘하고 뛰어나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는 것이고, 상대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든 잘못을 저질렀든 일단 존중하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되물을지 모른다. "그러면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고 부족한 상태에 머물려 하지 않나요?" 아니다. 무조건적 존중을 받은 사람은 가치 판단적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 마음은 새로운 도전을 격려한다. 부족함을 보완하려는 용기를 주고 진짜 가치를 찾아 발을 내딛게 한다. 남이 시켜서 하는 발전이 아닌 내가 선택한 진정한 발전이 시작된다. 171쪽.
나는 지금부터 당신에게 다른 차원의 복수 방법을 안내한다. 바로, 아무 말 없이 떠나가라! 왜 떠냐는 물음이 돌아온다면 '그냥' 하며 여운을 남겨보라. 말하고 싶겠지만 참아야 한다. 그것이 이기는 것이다. 말 없이 떠나는 당신을 보며 상대는 조급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냥이 아닐 것 같으니까. 이유를 알고 싶으니까. (중략) 남겨진 상댕를 괴롭게 하는 방법은 어떠한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잠잠히 떠나는 것이다. 미완성만큼 인간을 괴롭게 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면 다음 증거를 믿어보길. 인간이 참지 못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는 것이고..., 200, 203쪽.
형평이론(equity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노력에 따르는 보상이 적절히 돌아오길 바란다. 노력만큼 보상이 돌아오지 않으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빠지고, 보상과 노력 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해 동기화된다. 주고받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은 관계를 통해 이득을 취한다. 내가 투자하는 만큼 적절한 이득이 돌아올 때 관계가 유지된다. 만약 잃기만 하는 관계라면 우리는 고민할 것이다. 이 관계를 지속하는 게 맞을까? 우리는 늘 저울질한다. 이런 메세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속물 취급 당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원래 계산적이다. 계산은 본능이다. 오늘 나의 배변 사정을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겠지만 화장실에 가지 않은 사람은 없듯이 계산하는 마음은 들키기 싫은 진실이다. 관계에서 보상을 바란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드는 건,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정하게 대해줬으니 가방 사줘, 즐겁게 해줬으니 신발 사줘,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관계를 통해 얻는 건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사랑할까? 설레기 때문이다. 친구는 왜 사귈까? 속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통해 얻는 가장 큰 보상은 '마음'이다. 심리적인 보상 말이다. 208-209쪽.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는 당당함,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번에는 잘 해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더 잘할 거란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이건 내부 귀인, 그러니까 원인을 자신의 미숙함에서 찾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믿음이다.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는 건 바꿀 수 있는 힘 또한 자신에게 있다는 걸 믿는다는 뜻이다. 내가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더 나은 삶 역시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품어야 할 마음은, 이해를 바라는 욕심보다 성숙할 나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되뇐다. 부족해서 다행이다. 그래야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 303-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