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무수한 인용, 괴테를 포함한 여러 철학자의 이야기와 수천년을 오가는 여러 표현들이 등장하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괴테만을 연구한 인문학자가 괴테의 명언이라는 표현 하나를 발견한다. 괴테를 연구한 사람이면 응당 괴테의 명언은 다 알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내게 신선하게 와닿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괴테의 저작이 꽤 (아주) 많았다. 번역도 여러 언어로 다양하게 번역되어 딱 맞는 저 표현을 찾기 어려울 것도 같다.
여튼 그렇게 저 명언의 정확한 출처를 찾기위해 도이치 교수님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괴테를 잘 알지 못하는 나도 책을 따라 읽으며 고군분투했다. ‘도대체 언제쯤, 우리는 그 명언의 출처가 나오는거야?ᩚ¿’ 라는 생각으로 무수한 철학적 표현과 사유들이 쏟아지는 글을 읽고 책장을 읽었다.
가끔은 반가운 소재가 나오기도 했다. 볼테르의 명언으로 익히 알려진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이 사실은 볼테르의 위인전기를 쓴 작가(Evelyn Beatrice Hall)의 표현이었다는 점, 그리고 책 괴테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에커만과 괴테의 이야기들이 반갑기도 했다.
명언의 출처를 꼼꼼히 찾고자하는 내 태도의 시작은 ‘연구윤리’였다. 스무살부터 차근차근 연구윤리를 배워왔고, 표절이 만들어내는 여러 영향을 배워온 나에게 있어서 정해진 원칙에 따라 인용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글쓰기의 가장 큰 부담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저작권의 보호가 없는 표현이더라도, 굳이 가능한 정확한 출처를 찾아 인용하고자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 글쓰기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다.
그런 나에게 도이치 교수의 분투는 너무나 당연했다. 그리고 책을 끝까지 읽는 내내, ‘그래서 괴테의 어느 책에서 저 표현이 나오는데?‘ 만 기다리며 책을 읽었다. 집중을 놓쳤는지, 에필로그와 옮긴이의 말을 모두 읽고서도 명언이 표기된 출처는 나오지 않았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더 읽다가 그제야 출처가 표기된 부분을 찾았다)
하지만 교수님은 방송 강연에서 이 명언으로 괴테의 삶과 가치관을 해석한다. 책을 마치고나서야, 이 문장은 괴테를 오래도록 연구한 도이치 교수가 내린, 괴테의 사유를 한 줄로 요약한 표현이 이 문장이었다. 그리고 아마, 저자가 결론내린 괴테의 삶과 가치관의 요약일 것이다.
실제 괴테의 삶과, 제3자가 바라본 괴테의 삶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직접 했던 말과 문장들을 남긴 글은 객관적인 그 사람의 삶을 기술하기에 좋지만, 그 외의 삶은 본인이 느끼고 경험한 것과, 타자가 보고 경험한 삶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서전과 위인전이 다른 글의 종류로 구분될테다.)
그렇게 도이치교수(그리고 작가)가 경험하고 이해한 괴테의 삶을 이 문장으로 정리한 것일테다.
책에서 두 번째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시카리 노미후리 교수가 스스로 자기표절 이슈를 만들어내는 점이다. '이신 히카리'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시카리 교수의 거의 모든 저작에 가공의 인물의 저작에서 인용하였음을 폭로한다. 이후 시카리 교수의 후속작에서 이신 히카리는 시카리 교수 자신의 다른 필명이었고, 가공의 인물의 저작들 모두를 스스로 다 집필하였음을 밝힌다.
저자는 책에서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권위있는 교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명언을 찾아 헤매고, 또 다른 권위있는 교수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가공의 저작에서 인용을 한다. 무엇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명언의 정확한 출처,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내용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또 가치관으로 살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전략) 단, 괴테는 객관적 진리로서의 뉴턴 과학에 맞서 주관성을 중시했습니다. (중략) 괴테는 자신의 '자기중심성'을 그 한계까지 포함해 인정했던 게 아닐까요. 그걸 전제로 모든 사람이 본연의 모습 그대로 이야기하는 세계를 『파우스트』라는 작품으로 압축한 겁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구제 불능의 산물이지만, 거기에 사랑이라는 띠를 둘렀습니다. 이는 괴테가 전 세계를 향해 '모든 것이 그러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며, 그는 실제로 이런 말도 했습니다." (중략)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189쪽. 티백에서 발견한 괴테의 문구를 도이치 교수는 방송 강연 녹화에서 결국 괴테의 명언이라고 밝혔다.
지난번 꽃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소 특이한 모양이지만 향기는 분명 장미와 비슷하니 참 신기했습니다. 친구에게 보여주자 이런 것도 꽃이냐며 놀라더군요. 하지만 실로 조물주의 사랑은 하나의 꽃에서 모든 꽃을 싹트게 했습니다. 그걸 알면 우리 인간도 언젠가는 혼란 없이 뒤섞이리라 믿을 수 있습니다. - 괴테
216쪽. 베버씨에게 전해받은, 괴테의 친필 편지라 말하는 것의 내용
이 문장을 베버 씨가 "조물주의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없이 뒤섞는다"라고 요약했고, 그걸 본 중국인 명언 사이트 운영자가 조물주를 빼고 영어로 옮겼다. 그것을 미국 티백 회사에서 발견해 자사의 티백 꼬리표에 명언으로 실었다. 분명 그런 흐름이었겠지.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괴테의 친필 편지가 맞는지 여부였다.
217쪽. 베버씨에게 받은 괴테 친필 편지를 읽고 도이치 교수가 정리한 생각
"저는 학문을 파괴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고발하고 싶은 것도 아니며, 오히려 용인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문이란 실패와 오류의 연속이라고 봅니다. 실패와 오류야말로 다양성의 근간이지요. 신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곧 실패와 오류입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실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크게 실패해 드렸습니다. 시랲하는 동안에는 분명 동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해 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신화력』에서 쓴 힘을 실행했을 뿐입니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이해해 주는 수밖에 없다.
232쪽. 시카리 교수의 후속작 『속 신화력』 발표 이후 시카리 교수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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