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앞의 책에서 명언의 진위에 대한 먼 탐험을 마친 직후, 무수한 경구와 회화 작품으로 가득 찬 잠언 에세이집을 읽으니까 느낌이 조금 이상하다. 그래도 잠언 시집이라 한 숨에 책을 휘리릭 다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책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에서 처음 깨달았다. 우리나라는 계절의 시작을 '봄'으로 여긴다. 하지만 미국은 계절의 시작이 '가을'이다. 수확 이후, 나뭇잎이 지고 식물이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을 준비하는 계절로 가을을 인식하고, 그 가을을 계절의 시작으로 인식한다. 아무래도 9월에 학기가 시작하는 미국이기에 그럴테다.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그럼 우리가 인식하는 '봄'의 개념은 다른 나라와 또 다를 수도 있겠다.
원하는 것을 줄이면 진정한 자유가 온다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원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본다.
욕구가 생기는 구멍을 틀어막고
잘 달래고 설득해서 버겁지 않은 정도만 허용해주자.
원하는 것을 통제하는 순간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84쪽
다음 책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내게, 자유에 대한 통찰이 조금 새롭게 다가온다. ('자유'를 갈망하고자 그런 것은 아니다! ㅠ)
세상을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일
뇌과학자 정재승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
미성숙하고 혈기 왕성한 시절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오만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하늘이 내게 부여한 어려운 숙제 같았는데
깨지고 헤매다 보니 답을 찾았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것이
얼마나 우둔한 짓인지 알게 되었고
세상일도 내 뜻대로 다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나 관계는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않고 홀홀 털어버린다.
그렇다고 내가 무능력하거나
무기력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순리를 깨달으니 평온해졌다.
내가 평온해지니 주변도 편안해졌다.
나도 어른이 되었나 보다.
96-97쪽
나는 "얀테의 법칙"을 참 좋아한다. 핵심은 스스로를 남보다 특별하게 여기지 말라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내 삶의 중요한 태도로 이것을 제시한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기억할 것' 그리고 나아가, 그로 인해 '내가 다 해낼 수 없음을 기억할 것'.
내가 세상을 다 바꿀 수 없음을,
그렇게 내가 내 자녀를 내 생각대로 만들어갈 수 없고,
내 앞에 놓여진 학생들을 내 마음대로 빚어갈 수 없고,
내 가정과 학교, 그리고 내가 속한 모든 사회의 모든 것을 내가 다 바꾸어낼 수 없음을 전제하고 살아간다.
내가 틀릴 수 있고, 내가 다 해낼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겸손한 삶이 시작되어간다.
그렇게 오늘 더 고개를 숙이면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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