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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루저의 길로 접어든 이들의 마음에 깃든 '자유'

김기석. (2019). 『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 성서유니온선교회.  23년 여름, 기윤실 교사모임 수련회장에서 처음 알게 된 책이고, 교사모임에서 책을 받아 읽었다. 김기석 목사님은 2020년 겨울 기윤실 교사모임에서 강사 목사님으로 처음 뵈었다. 유튜브에서 '잘 믿고 잘 사는 법'으로도 몇 번 뵈었다. 이 책은 QT집 '매일 성경 순'에 매달 연재했던 칼럼을 묶어 출판되었다. 20년 겨울 받았던 통찰들을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다시 느꼈다. 나이가 지긋이 드신 목사님께서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단호하고도 따뜻한 어투로 담겨있다. 책에서도 염려가 가득 담겼다. 불평등이 당연시되고, 경쟁이 내재화된 세상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청년들에게 또다른 부담을 지우는 일이지 않을까 염려하..

Review - 서평 2023.10.22

나를 향한 축복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축복

기윤실 교사모임으로 나를 인도해 주셨던, 내가 고2 시절의 생명과학 I(그때 당시에는 '생물 I') 선생님과 함께 승용차로 용인의 수련회장으로 이동했다. 가는 고속도로 오른편에 '우리들 교회'를 보았다. 큰 교회였지만 이름은 처음 들었다. 그냥 '큰 교회겠이겠거니' 싶어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에 정면에 펄럭이는 현수막의 문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나보다 옳습니다.'가 적혀있었다. 현수막 속의 '당신'은 하나님을 지칭할 것이다. 그런데 현수막을 읽는 그 순간에는 '당신'이 '내 앞의 임의의 사람'으로 여겨졌다. "너가 어떠한 말을 하든 상관없이, 당신의 이야기가 나의 생각보다 더 나아. 네가 나보다 더 나아."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논리, 혹은 신학적 담론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수학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요청하는 질문에 교수님께서는 20분 가까이의 긴 말씀을 전해주셨다. 수학의 가치는 20분으로는 모두 담아낼 수 없을 것이 확실하지만, 교수님의 이야기 속에서 전해지는 진정성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수학은 무척 아름답고, 또 인간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학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중등 교육과정(중학교 3년 + 고등학교 3년)에서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학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풍성하게 누렸으면 좋겠다. 교수님은 아래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수학을 붙잡고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안내해 주셨다. 강연 처음부터 교수님께서는 다정한 물리학자라는 수식어가..

김상욱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한 마디 : 미안해요.

중등 수학과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에서 김상욱 교수님을 초청하여 강연을 들었다. 인천 1정 연수 중, 국어, 영어, 수학 선생님이 함께 강연을 듣는 시간이었다. 15분 정도 책의 배경과 집필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듣고, 이후 문학 평론가 허희 님과 함께 북토크 형식으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김상욱 교수님께서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셨다. 모든 질문과 답변의 내용을 담기 어려워,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의 조각을 모아보았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 가지 이야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하셨다. 7~80년대 학력고사 시절보다 더욱 끔찍해진 대입 환경을 보며 속상하고, 또 미안해하셨다.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어른들이었고, 어른들의 가치관이 결국 우리나라 입시의 현실을 이렇게 ..

상황과 환경을 넘어서는 예언을 볼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기다림

매 방학마다 기윤실 교사모임에서 수련회를 진행한다. 나는 2019학년도 여름 방학부터 기윤실 교사모임의 모든 대면 수련회에 참석했다. 그 어떠한 다른 이유보다도 오직 생존을 위해서 참석했었던 기억이었다. 수련회를 다녀오고 나서야 다음 학기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생존이란, 그리스도인 선생님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먼저 사랑하고, 먼저 섬기고, 먼저 낮아지며 학교를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도 비슷했다. 방학식(7.17), 동아리 체험활동(7.18), 사제동행 캠프(7.19~21), 1급 정교사 자격 연수(7.21~8.4), 교사모임 수련회(8.7~9)까지, 단 하루의 평일도 쉬어가지 못한 채 방학을 보내고 있다. 주말은 1정 연수 과제와 아내와의 여행 준비로 꽉 채웠다. 쏟아지는 방..

물리학자가 바라본 세상 모든 것(Every Thing)

대면 연수 첫날에 연수 교재와 함께 김상욱 교수님의 책도 함께 받았다. 나는 398쪽의 분량과 두께에 압도되었다. 알쓸신잡 시즌3 보다 책 『떨림과 울림』으로 교수님을 먼저 만났기에 두께가 주는 위압은 더욱 컸다. 『떨림과 울림』은 오롯이 제목에 이끌려서 읽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전혀 말랑말랑하고 설레는 내용이 아니었다. 역시나 이번 책도 비슷했다. 방송과 강연에서는 재미없고 어려워서 차마 전할 수 없었던, 교수님이 꼭 담고 싶었던 모든 내용을 그나마 쉬운 내용만 추려서, 더욱 간단하게 다루셨다. 책의 내용은 대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을 거의 담고 있지 않다. 따라서 물리학과 전공생이 아니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단, 대학교 과정만 없을 뿐, 고등학교 자연과학 과목의 내용을 재..

Review - 서평 2023.08.05

읽고, 만나고, 기록하기.

인천시 교육청의 최근 핵심 키워드로 '읽, 걷, 쓰'를 강조한(다고들 한)다. 사립학교에서 근무하는데다 교육청의 이슈에는 관심이 없어서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중등 수학과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들으러 와서야 알게 되었다. (사립은 정말 공립과 학교의 결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매일 매 순간 경험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이는 300 프로젝트에 대한 책을 연수 시작할 때 주셨다. 읽고, 걷고, 쓰는 것이 읽고 만나고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온 것 같다. (읽걷쓰에 대한 안내를 정말 '하나도!' 받은 것이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다. 본청 소속 학교이지만,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선 조연심 대표님과 손영배 선생님의 책을 먼저 읽었다. (이것으로 1정 연수 마지..

Review - 서평 2023.08.01

두 번째 라틴어 수업.

영종도로 중등 수학과 1급 정교사 연수를 들으러 가는 시간을 들여 책을 읽었다.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서, 이 책까지 읽게 되었다. 책 『라틴어 수업』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Do ut Des.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두 표현이 있었다. 나 먼저, 그리고 너. 가 아니라 너 먼저, 그리고 나. 의 인식이 있는 서양의 문화권을 배울 수 있었다. 저자 한동일 교수님은 천주교 사제(司祭)였고, 바티칸 대법원(Rota Romana.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다. 즉, 사제셨던 천주교도의 책이다. 많은 개신교도들이 천주교의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천주교 교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마지막 시대에 누가 천..

Review - 서평 2023.07.30

다시는 오지 않을, 올해 만의 사제 동행 캠프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 (시편 25편 4절 말씀) 를 주제로 사제동행 캠프가 시작되었다.  사제동행 캠프를 시작할 때의 마음은 아랫글에서와 같았다.https://proustclub.tistory.com/47 당신이 필요해요.1)일찍 퇴근하기로 나 스스로와 약속한 날이었지만, 또 21시에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 1학년 체육 선생님의 차를 얻어 타고 송내역까지 가게 되었다. 체육 선생님께서는 목사님과 함께 사제proustclub.tistory.com 당신이 필요해요. 나와 함께 숭덕여고에 속상한 마음을 쌓아두고 있을 당신에게, "함께하며 위로를 쌓아내요."라는 초청에 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하자, 그 과정은 전혀 쉽지 않았다. 학교 자율적 ..

담임 반 아이들 모두와 함께 수학여행을 가는 것 또한 축복이고 감사함이겠다.

개학 직후 수학여행이 진행되어야 하기에, 시험을 마치자마자 학교는 분주하게 수학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교는 시험을 마치는 날에 수학여행 참가 학부모 동의서를 보내고, 이틀 뒤에 학생들로부터 동의서를 마감하여 신청 인원 결재절차를 진행했다. 역시 우리 반은 출석 인정 결석과 신청서를 놓고 온 아이들이 충만(?)했고, 일단 참가 인원 보고만 먼저 진행했다. 재적 인원 24명 중에서 24명이 참석이었다. 첫 수학여행이다. 15년 전 내가 고1 때 다녀왔던 수학여행 이후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숙박형 체험학습은 처음이다. (여름방학 곧, 사제동행 캠프를 다녀오기는 할 테지만) 15년 전만 해도, 수학여행은 정말 '모두'가 다녀와야 하는 여행이었다. 한 학년 전체에 한, 두 명만 여행 대신 등교 수업을 택하는 ..

처음이었다.

처음이었다.이곳에 남아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처음이었다.  21학년도 3월, 인천의 한 중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20학년도에 머물렀던 곳에서도 모든 선생님이 한 교무실에서 생활하였고, 서로의 어려움을 눈으로 보며 응원하는 1년을 보내었다. 그와 같이 21학년도에서의 삶도 선생님들의 따뜻함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22학년도 3월, 같은 법인의 고등학교로 다시 인사발령을 받았다. 4년간 4곳의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4곳의 큰 교무실과, 6곳의 작은 교무실로 이루어진 학교였고, 각 층에서는 따뜻함이 넘쳐흘렀지만, 서로의 삶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없는 곳에서 소통은 당연히 단절되었고, 오해는 계속 쌓였다. 1층의 이야기가 왜곡되어 2,3,4층으로 전해지고, 2,3,4층의 어려움은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