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2

'처음으로 이런 사람이 선생님 하는구나 싶었어요.'

학생회에서 선생님들께 감사편지를 쓰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나는 익명의 편지를 받았다. 언젠가 SNS에 교복 착용 활성화를 위한 현수막에 대한 글을 올렸고, 많은 친구들이 그 이야기에 참 많이 공감해주었다. 그 글을 읽고 누군가가 이 편지를 써준 듯하다. (그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교복 입기 캠페인으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패러디하여 "갖춰 입어야 예쁘다. 바르게 입어야 사랑스럽다. 교복이 그렇다."라는 현수막을 학교 입구에 설치했다. 예쁨과 사랑스러움에 '갖춰 입을 것, 바르게 입을 것, 교복을 입을 것'이라는 조건이 들어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속상하였고, 그것이 학교 모든 구성원의 공통된 합의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었고, 그저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물론 교복..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따라다닙니다.

31st AUG. 2021 반 아이들이 금요일에 `동사형 꿈 진로 캠프`를 온라인으로 참석한다. 실시간 종례 모니터 너머로, 벌써 재미없어하는 친구들의 표정이 보인다. 18살의 가을부터 누군가가 나에게 꿈을 물어볼 때마다 ‘수학 교사(師) 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고작 `사(師, 事) 자 들어가는 직업 이름’ 한 글자로만 대답하는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삶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였던 고2 가을, 책 한 권(김혜진(2005). 『프루스트 클럽』. 바람의 아이들.)을 읽고 나서부터 ‘사진을 찍는다.’ 혹은 ‘카페를 지킨다.’와 같이 나를 소개하는 표현을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18살부터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어른’이라는 동사형 꿈..

성적으로 비교하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청탁 금지법을 문자 그대로 지킨다. 담임교사가 되면 학생의 보호자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자발적으로 수업 평가를 받는다. 교사로 살아가기로 결정하면서 내가 나 자신과 기쁘게 맺은 약속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원 능력 개발 평가는 어김없이 진행되었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를 이유로 동료평가(동료들끼리 매기는 평가이며, 주로 관리자 선생님들만 평가를 진행하고, 대부분의 교원은 평가를 받는 입장이다.)는 제외된 채, 학생, 학부모 평가만 진행되었다. 자발적으로 수업 평가를 받고 싶었던 나는 담임 반 아이들에게, 그리고 수업에 들어가는 모든 학생들에게 평가를 요청했다. 그렇게 받은 결과를 열람하는데, 평생 처음 보는 피드백이 있었다.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것을 학생들에게 다시 어떻게 보여주지...?'였다. ..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타 반 학급 경건회 인도)

(feat. 과거가 현재에게.)2022년 9월 21일(수)선교부 수련회에 가서야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급 경건회를 매번 선교부회장 / 선교부장이 인도하는 게 어렵고 힘이 드니,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경건회를 인도하시도록 요청하는 것. 선교부 수련회 자리에 함께했었기에, 몇몇 선교부회장 선교부장에게서 요청이 왔고, 어제 처음 2-4반에서 경건회를 인도하였다. 수업을 들어가는 1, 2, 7, 8, 9라면 그래도 아이들 이름이라도 외우고 있을 텐데. 라포르(Rapport)도 면식도 없는 친구들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었지만. 기도하며 문득 들었던 마음은.'"꼭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해주면 되겠다.'였다.처음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부터 매해 종업식마다 편지에 담았던 내용을 3..

2022학년도 2학기 선교부 수련회

8월 23일 (화)학급이 매 학기 학급회 임원을 뽑듯, 학급에서 선교부회장과 선교부장을 선출한다. (선교부회장은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선교부 회장일까, 선교 부회장일까. 학급회장 / 학급부회장 / 선교부회장을 뽑는 것으로 보아, 행정 부회장과 선교 부회장, 이렇게 두 부회장 체제를 지닌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학교는 일반 인문계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 아닌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 선교부회장을 선출할 때 선거 대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학급 담임 교사는 전부 그리스도인이기에, 담임 선생님의 재량으로 뽑기도 하고, 지원받아 면접을 보는 곳도 있다. 지원자가 없다면 담임이 지목하여 선출되기도 한다(이렇게 선출된 선교부회장은 어찌나 힘이 들까!..

달달 인문학(철학) 특강

8월 12일 (금)맘껏 흔들리고 불안정해지는 게 나아. 그래야 뭔가 탄생할 여지가 생기는 거니까. (172쪽. 김혜진(2005). 『프루스트 클럽』.) 인천대학교 정연재 자유전공학부 학부장 교수님이 우리 학교에 방문하여 특강을 진행해주셨다. ‘과거의 나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주제로 특강을 들었다. 철학과 교수님의 특강이 학교에서 열리는 귀한 기회였기에 시간을 쪼개어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활기록부를 위해 빼곡히 활동지를 채워 넣는 학생들도 있었고, 간식을 받기 위해 방문한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특강을 마치고 20분 넘게 교수님께 추가 질문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남아있음에 또 위로 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께서 많이 참석하셨다. (퇴근..

천 번의 거절하기를 어떻게 감당해내었을까.

7월 26일 (화)SNS의 종류가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기존의 대규모 SNS와 그 계정을 연동해서 그 접근성을 낮추고 다양한 특색을 갖춘 다양한 SNS가 지금도 많이 생산된다. 그중 "Asked 익명 질문" 애플리케이션은 익명으로 상대에게 궁금한 질문들을 올려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답변을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으며, 답변을 남겼을 때만 그 질문과 답변이 공개된다. 오늘도 지극히 평범한 일과 중 하나로, 학생들의 SNS 사진들을 보며 그들의 근황을 살폈다. 한 학생(A)의 익명 질문 링크가 프로필에 있는 것을 보고 그 계정에 접속해 보았다. 그 계정에 기록된 숫자들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부된 질문이 1,000개가 넘었다. 계정을 만든 지 오랜 시간이 지나 그저 기록이 많은 것일까? ..

읽고, 생각하기. 고민하기를 멈추지 말 것. 송길영(2021) -『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송길영(2021). 『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북스톤. 같은 저자의 이전 책, 『상상하지 말라』에서 아주 큰 통찰을 받았던 기억이 선명하고, 소프트웨어 연구부 동아리를 맡아 더 배우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책도 자연스레 찾아 읽었다. 지난 책에 비해 더 많은 '메시지'가 들어있기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모든 부분에 통찰이 들어있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돼요.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까요.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84쪽, 같은 책) 먼저 생각할 것을..

Review - 서평 2022.05.21

돈을 내고서라도 계속 있고 싶은 곳

늘 닮고 싶은, 위로를 전해주시는, 방향성을 안내받는 교사 공동체가 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모임에 함께했다. 그 공동체에서 오랜 시간 먼저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을 삶으로 살아 내오셨던 선생님의 SNS 글을 소개받아 읽어보았다. 글을 나누며, 마음이 함께 멈추는 부분을 만났다. 1단계 `주관적 사전` 쓰기는 오디세이 있을 때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던 김혜진 작가님 수업에서 배운 것인데, 글쓰기 첫 단계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이들에게만 과제를 내고 피드백을 해왔는데, 선생님은 왜 안 하냐는 항의를 받고 나도 `주관적 사전`을 써서 아이들과 공유를 했다. 그 중 일부를 페친들과 공유한다. (위의 글.) 이 글에서 이 선생님께서는 교직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풀어내셨다 : 이제는 돈을 내고서라도 계..

소망하던 방향성과는 전혀 다른. 그런 은혜가 쏟아지던 부활절.

4월 19일 (화) 기독교 학교인 우리 학교는 절기 예배를 드린다. 4월 중에 부활절, 10~11월경에 추수감사절, 그리고 성탄절 예배를 드린다. 세 절기 예배 중에 나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배는 단연 부활절이다. 세계 4대 종교의 성인 모두 그 생일이 있지만, 4명 중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한 명뿐이다. 탄생일을 기념하는 무게보다, 부활절을 기념해야 하는 가중치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한 부활절 예배를 위해, 1교시 예배 시간 이외에도 2교시~7교시의 수업 시간을 10분 단축하였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으로 1교시 예배 시간 2부 순서로 특별 행사를 진행하였다. 절기 예배를 드리고 강당, 혹은 각 교실에서 특별 행사를 진행한 뒤 일찍 하교할 것으로 기대했던 나는 정규 수업 일과표와..

하마터면 또 숫자로 볼 뻔했다.

4월 14일 (목) 3월 학력평가 성적일람표가 도착했다. 2학년부에는 기민하게 성적처리를 진행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기에, 성적이 발표되자마자 받을 수 있었다. 성적표의 출력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보안 요소가 많기에 학급별로 출력본 1부만 받는다. (물론 재출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집에서도 언제든지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과 주민센터에 방문한 뒤 발급 수수료 800원을 내야만 발급받을 수 있는 인감증명서, 본인서명사실확인서의 접근성이 같을 수 없다.) 출력한 학생들에게 건네주고 나면 다시 출력이 쉽지 않아, 우선 스캔을 먼저 해둔다. 전달받은 성적일람표를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본다. 8시간 동안 치렀던 시험의 기록이 모두 들어있다. 2교시 시험의 7번 문제를 어떻게 표시해서 틀렸는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