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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셨던 사랑, 돌려주다 왔어요.

지음(知音)의 친구가 추천해 주었다. 친구는 추천과 함께 책을 빌려주었다. 그렇게 친구의 책을 몇 달간 빌렸다. 책은 작년에 받았지만, 여러 책들에 우선순위를 빼앗기다가 4월이 되어서야 책을 모두 읽었다. 책 제목만 보면 먼저 손이 갈 것만 같은 책이었지만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책이었다. "너 뭐 하다 왔니?"라는 하나님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글로 남긴 책이기에, 책을 읽으며 계속 나에게도 '그럼,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의 의문이 계속 들었다. 대학생 시절, 선교단체 예수전도단(YWAM)에 계속 적(籍)을 두며 보고 들었던 내용들이 책장에도 여전히 남겨져있었다. 처음 갔던 요르단 단기 선교의 이야기부터, 중국 동북삼성의 이야기까지 여전히 온 지구상에서 역사하고 임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

Review - 서평 2024.04.17

사랑만이 살아있음에 의미를 부여한다.

밀란 쿤테라. (1984). 이재룡 옮김.(201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지음(知音)의 친구와 함께 책을 읽는다. 여러 다른 고전(古典)들과 같이 성애 묘사가 많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모종의 이유로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가장 먼저 함께 읽게 되었다. 책은 소설이었고, 허구를 기반으로 한다지만 20세기 중반 체코의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상황이 잘 드러나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성(姓)에 대한 시대상도 잘 드러난다. 책이 다루는 거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래서 책의 내용은 가능한 다루고 싶지 않다.) 세 가지 주제로 책을 읽은 감상을 남기고자 한다. 1. 좋아 보이게 만들기 쉬운, 무언의 합의를 거스르는 이야기들. 2. 사람마..

Review - 서평 2024.04.14

안전한 공동체

24년 4월 5일, 6일. 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가 진행되었다. 우리 학교는 부활절을 기념하여 매해 4월 초에 비전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한 선생님께서는 5일 행사 당일, 학급 아이들을 위해 토스트와 포도주스를 준비해주셨다. 학급 학생들만을 위해 준비하시지 않고, 충분한 양을 준비해주시어 다른 선생님들께도 대접해 주셨다. 비전 페스티벌의 쉬는 시간,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과학실에 방문하시어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간식과 음료를 기쁨으로 나누며 교제하셨다. 나는 과학실에 방문하지 못했다. 강당을 나와 과학실에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함께하지 않았던 나에게 "왜 선생님은 안올라오셨어요~? 진짜 맛있었는데!"라고 여쭤보시는 많은 선생님들께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직, 자리를..

다섯 번째 편지, 행동특성 종합의견

올해는 특히나 더 편지를 많이 쓴 듯하다. 23년 4월, 부활절을 맞아 부활절 편지를 썼다.생일마다 아이들에게 생일 편지를 썼다.성탄절에는 약속의 말씀과 함께 성탄 편지를 썼다.종업식에는 이별 편지를 썼다.더보기생일 편지와 성탄절은 각자에게 모두 다른 편지를 썼고, 부활절과 종업식에는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그리고, 2월에는 마지막 편지를 생활기록부에 남겼다.  띄어쓰기 포함 500자 이내의 행동특성 종합의견을 썼다. 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는 "학생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학급담임교사가 문장으로 입력하여 학생에 대한 일종의 추천서 또는 지도 자료가 되도록 작성한다."라고 명시한다. 기재요령에서부터 "추천서"로 종합의견을 쓸 것을 명시해 두었다. 진학지도와 연계된 생활기록부 기재 연수를 들을 때마다..

꽃과 함께한 23학년도 졸업식.

2월 1일 졸업식이 있던 날, 한 졸업생이 나에게 꽃을 주었다. 2022학년도에 같은 학년으로 일 년간 함께 하였던 학생이 나에게 꽃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담임 반 학생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나의 수업을 들은 학생도 아니었다. 어떠한 마음으로 이 꽃을 주었을까. 꽃을 건네던 2월 1일 아침 8시, 그 학생의 이야기가 여전히 어렴풋이 기억에 머무른다. "졸업 하기 전까지 저에게 사탕 하나 받지 않으셨지만, 이 꽃은 그럴 수 없으시겠지요? 이제 제가 졸업했으니까요!"더보기엄밀하게는 졸업식 당일까지는 학적이 학교에 남아있긴 하니, 2월 2일부터 김영란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22학년도 때부터 사탕을 받아도 어떠한 위법사항이 없었다. 이 학생에게는 22학년도에..

살아주어 고마워.

오하루. (2023). 『살자클럽』. 선스토리. 오하루 작가님 책의 출간 알림을 받았다. 출간 알림을 받기 전부터, 작가님의 SNS를 통해 이번 책의 출간 소식을 오래전부터 들었다. 알라딘에서 구매가 가능할 때부터 바로 책을 구매했다. 이 작가님의 책은 다 챙겨 읽고 싶은 의무감이 절반, 이전의 책이 어떻게 이어질지 호기심 절반의 마음이었다. 책은 순식간에 도착하였지만, 나는 두 달 동안 책을 읽기 시작하지 못했다.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확인하고, 직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작가님의 삶을 SNS를 통해 멀리서 지켜본다. 발견하는 작가님의 매 순간이 내가 참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신다.더보기교단에 서시지 않으시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선생님..

Review - 서평 2024.01.10

어느때보다 추웠지만, 어느때보다 따뜻했던 학교에서의 성탄절

내가 담임을 맡은 반이 수학여행 CCD 경연대회에서도 1등을 했는데, 성탄예배의 하모니제(성가 경연대회)에서도 1등을 했다. 과학탐구 활동으로, 혹은 자연계열 고유한 성향으로, 학급 간의 경쟁이 유발되는 경연대회에서 높은 등위를 갖는 것이 흔치는 않았기에 더 의외였다. 그리고 기뻤다. 예선 때 우리 학급을 보셨던 음악 선생님께서는 '이과스럽게 한 음 한 음 연습한 것이 너무 잘 느껴진다'고도하셨다. (아프리카 기도문으로 시작한 원곡의 방향성과는 또 다른 해석을 치러낸 11반이라 하셨다.) 지난 수학여행 CCD 경연 때에도 파트별로 무수히 많은 연습을 쌓아 올려 결국은 1등을 해내었던 기억이 선명했다. 세어보니, 이제 5년 차 교사이고, 벌써 네 번째 담임 학급을 맡았다. 매 성탄절마다, 무언가를 했다. ..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 2024 수능 감독관 후기

2024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치렀다. 2011학년도에 처음이자 마지막 수험생으로의 수능 이후, 2022, 2023, 2024 세 번의 고사실 감독관으로 수능을 치렀다. 수험생 자격까지 포함해서 벌써 네 번째 수능이었다.  첫 감독은 원인재역 근처의 연수 고등학교, 두 번째에는 백운역 근처의 상정고등학교, 올해는 인천 논현역의 송천고등학교였다. 연수고등학교에서는 과학탐구를 선택한 남학생들이 모였고, 상정고등학교는 특성화고 남학생들이 모였다. 송천고등학교는 과학탐구를 선택한 남학생 중, 제2 외국어 / 한문을 응시하는 학생들이 주로 모여서 수능을 응시하는 학교였다. 따라서 송천고등학교는 21개 시험실 중 11곳에서 5교시 제2 외국어 영역 시험도 진행되었다. 나는 수능 감독관 중에서도 무척 젊은 편이었기..

추상적인 사랑을 넘어 쾌적한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기.

청년편지에 이어, 김기석 목사님의 책을 이어서 읽었다. 19년에 출간된 청년편지는 2016년부터 18년까지 한 QT책에 기고된 글들을 묶어낸 책이다. 이 책은 23년에 출간되었는데, 청년편지 이후, 코로나를 지나치며 작성된 짧은 칼럼들을 담고 있다. 책의 방향성은 비슷하다. 비슷한 방향성의 책을 연거푸 읽으니, 저자가 어떠한 삶의 방향성을 지향하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청년편지 때도 그러했듯, 이번 책은 더 담아두고 싶은 부분이 많다. 책을 읽으며 계속 내 마음을 찔렀던 주제가 있다. 추상적인 선함은 쉽지만, 가까이의 사람들을 살피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온 세상을 사랑하거나, 인류를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어렵다. 특별히 인터넷 공간에서만,..

Review - 서평 2023.11.12

세 번째 학업 중단

2020학년도에 처음 학급 담임을 맡은 이후로, 11월 2일 부로 세 번째 학업 중단 학생을 맞았다. 이미 스물한 살이 된 첫 번째 친구와 같은 이유로 이번 친구도 자퇴했다. 자퇴 사유는 정시 준비이다. 수행평가, 정기고사, 또한 무수히 많은 교내 행사들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수능 준비에 마음과 시간을 쏟아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모의고사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고 있고, 다른 친구들과 달리 수행평가나 지필평가, 교내 행사와 동아리 활동은 분명, 수능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은 자명하다. 정시를 준비하는 사람.해외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신체적, 정서적 이슈로 인하여 장기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 외의 자퇴는 모두 막고 싶다.마음 같아서는 정..

무엇을 소망하는 교사여야 할까?

2023학년도 2학년 진로진학캠프가 11월 말에 진행된다. 이 진로진학 캠프를 앞두고 많은 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지는 '그래서 지금의 내 내신으로는 어느 정도의 대학교를 갈 수 있나요? 성적이 오르면 / 떨어지면 어느 정도의 대학을 가게 되는 걸까요?'였다. 다양한 입시 관련 연수를 들으며 배웠던 사실을 학생들에게 안내한다. 내신 등급 평균 2.XX는 서울 지역의 학교를 아슬아슬하게 입학할 수 있고, 내신 등급 평균 3.XX는 수도권 지역의 학교를 아슬아슬하게 입학할 수 있다. 그럼 내신 등급 평균이 4점을 넘어서는 친구들은 어떠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걸까. 내가 경험한 연수의 자리에서, 내신 등급 4점대 이후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루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신 등급 평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