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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다움에 집중하기.

물론 나도 인간의 지식의 유한함을 자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더 배우기를 멈추지 않으려 애썼다. 더 배우고, 더 고민하기를 애쓰는 삶을 살았다.최근, 'Hype'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익명의 학생들로부터 나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듣고 있다. 그중 특별히 내게 인상 깊게 다가왔던 표현들은 '책을 제일 많이 읽을 것 같은 친구', '줏대 있는 사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 '똑 부러진 사람', '성실한 사람' 같은 것들이었다. 학생들에게 나는 이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 듯하다.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 친구, 줏대 있는 사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 똑 부러진 사람, 성실한 사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나는 ..

Review - 서평 2023.06.01

당신이 필요해요.1)

일찍 퇴근하기로 나 스스로와 약속한 날이었지만, 또 21시에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 1학년 체육 선생님의 차를 얻어 타고 송내역까지 가게 되었다. 체육 선생님께서는 목사님과 함께 사제동행 캠프 준비를 하셨고, 이어서는 캠프에 함께할 선생님을 찾으시다 늦게 퇴근하신다고 하셨다. 사제동행 캠프를 함께 할 선생님을 찾고 있는 시기이다. 2019학년도까지의, 코로나 이전의 사제동행캠프는 이번의 것과는 사뭇 많이 달랐나 보다. 많은 선생님의 참여와 헌신보다는 졸업생들의 참여와 헌신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하셨다. 이번 캠프에서는 선생님들의 더욱 많은 참여를 요청하신다. 체육 선생님은 동료 선생님들께 이렇게 콜링(Calling)하셨다. "나와 함께, 밤에 수박 잘라먹을 사람이 필요해요."   여름의 ..

사랑에 반응하기. -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을 읽고.

옆자리 영어선생님의 마지막 근무일에 나에게 책을 한 권 주셨다. 팀 켈러(2016)의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이었다. 팀 켈러의 다른 책들과 달리, 얇은 두께와 콘텐츠였던 것이 좋았다. 책을 좋아라 하지만 두꺼운 책 선물은 부담이라는 사실을 선생님께서도 잘 아셨나 보다. 별생각 없이 받아 들었지만, 집에 가져와서 책을 찬찬히 살피니, 조금은 의아했다. 16년도에 출간된 책의 초판본이었다. (팀 켈러 책의 초판본이라니! 물욕 없는 내가 책에서만큼은 다양한 욕심들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구매일자는 16년 8월 7일이었다. 단지 파송의 의미로 책을 선물하는 것이었다면 그저 얇은 책을 새로 사셔 주셨을 것이다. 6년 반 전의 책을 지금에서야 주시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누가복음 ..

부모님으로부터의 응원 손 편지.

좋은교사운동의 좋은교사대학에서 5년 차 이하 저경력교사를 위한 자율연수 '훌쩍' 연수(혼자 훌쩍 울지 말고 함께 훌쩍 성장해요!라는 의미의 연수이다.)를 매해 진행한다. 2년 차 교사 때부터 올해까지 4번 연속으로 모두 참석했고, 그때 배운 학급 운영 중에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는 학급 특색 사업 주제로 '스페셜 레터 데이'가 있다. (아이디어 저작권은 기윤실교사모임 권신영 선생님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학급 특색 사업 날짜 3~4주 전, 학생들의 보호자들께 안내 문자를 보내드린 뒤 학교로 보호자들의 손편지를 우편으로 받는다. 보통 첫 중간고사 직후로 날을 정하거나, 가정의 달을 기점으로 날을 정한다. 올해는 중간고사 직후에 어버이날이 끼어 있어, 날짜를 잡기 좋았다.  24명의 학부모님 중에서 전화 상담..

마음이 따뜻해지는 숙제

자율활동과 진로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반 아이들이 제출했던 보고서를 한 장씩 읽을 때마다,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천천히 전해져 온다. 철학교수님의 인문학 특강을 듣고 '성장'과 '성적' 사이에서 어딘가에서 갈등하는 마음이 전해져 오는 아이들의 기록이 참 따뜻하다. 점수보다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지만, '그래서 성장하면 성적이 올라요? 내가 대학을 잘 갈 수 있나요?' 외치듯 질문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물론 허겁지겁 겨우 필수 내용만 겨우 채워 제출된 보고서도 있고, '선생님이 원하실 법한' 내용들로 가득 채운 보고서도 보인다. (학생들은 이걸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또래 사랑 학습 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내실 있게 멘토링을 했던 친구들의 멘토링 일지를 보며, 이..

ChatGPT로부터의 교육의 전환점.

(본문 내용 중에 언급된 ChatGPT를 활용한 생활기록부 작성은 실험만 진행한 것임을 밝힙니다. 2022 생활기록부에 ChatGPT를 활용하여 내용을 입력하지 않았습니다. 정직과 하나님 경외하는 마음을 가장 높은 가치로 삼는 저와 친한 다른 학교의 선생님의 실험입니다.) 2016년 알파고 이후, OpenAI의 ChatGPT는 다시 한번 인공지능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미 국제학교에서 ChatGPT를 사용하여 과제를 제출했다.(미주 1) 대학교 계절학기에서 과제를 ChatGPT로 제출했고, A+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학생의 이야기도 등장했다.(미주 2) 2023학년도부터 어떻게 과제를 받아야 할까 고민하던 내게, 가장 친하고 가치관이 닮은 한 수학 선생님께서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셨다.  그저 지..

사는대로 생각하기 VS 생각해내어 살아가기

“Vous... Vous devez vivre comme vous pensiez, sinon aussitôt vous penseriez comme vous vivez.’’- Paul Valéry (1871~1945)"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 폴 발레리 (1871~1945) 잊지 않기 위해 애쓴다. 어떠한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떠한 교사로 살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살지 않는다면 그저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것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머물러있는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과, 생각해내어 살아가는 삶의 예시를 들 때 항상 부모님을 떠올렸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

아이들의 아픔이 허구이길, 이 소설과 같은 일들이 모든 아이들에게 현실이기를

오하루. (2022). 『ㅈㅅㅋㄹ』. 선스토리. 11월 23일, 고2 학력평가 1교시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OMR 카드에 감독 확인 도장을 찍지 않았다면 국어 영역 마치기 전에 다 읽어낼 수 있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고, 문장은 읽기 쉬웠다. 자음만으로 이루어진 제목이라 더 낯설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당연히 제목은 '자살클럽'을 숨기기 위한 표현이었다. 왜 이런 제목을 지으셨을까, 출간 예정 구매를 하고 프리뷰를 쓰는 내내 고민이 되었다. "그의 모든 것이 다 좋아서, 하나하나의 행동까지 모두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가 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든 그 의미를 묻기 전에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온전히 지지하고 응원한다."라고 ..

Review - 서평 2022.11.26

월드 클래스 표준화(standardized) 시험, 대학수학능력시험

2022년 11월 17일, 23학년도 대학 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나는 22학년도 수능에 이어, 두 번째로 수능 감독 종사 요원으로 차출되었다. 작년에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감독 요원에 차출되었는 데다, 감독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시험 내내 제 2, 3 감독관으로만 종사했다. 이번엔 작년의 감독 종사 경험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인문계 고등학교 출신으로 감독관에 차출되었기에, 당연히 제 1 감독관으로 종사할 것이 예상되었다. 처음 배울 때 정확하게 배워두자고 다짐한 작년에도 감독관 유의 사항을 기말고사 공부하듯 공부해서 갔고, 올해는 더욱 긴장한 채 감독관 유의 사항을 공부했다. 감독관 유의 사항을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싶은 내용들이 있다.  전국 1,265개의 시험장에서 동시에 ..

언제까지 이렇게 수능을 보아야 할까.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 고등(大學) 교육을 얼마나 잘 배울(修學) 수(能力) 있는지를 판단하는 표준화시험이다. 초기 수능은 정말로 대학 과정을 얼마나 익힐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국어시험', '수학시험', '영어시험'을 치르는 대신, '언어', '수리 탐구 I', '수리 탐구 II', '외국어'영역을 평가했다. 지금의 가치관으로도 당황스러운 대입 시험이었기에, '수학 능력'을 판단한다는 목적은 금방 소멸했고, 결국 평가 영역도 '국어영역', '수학 영역', '영어영역'으로 돌아왔다.지금의 수능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 지 20년이 가까워져 가고 있다. (교육과정 평가원은 2005학년도 수능부터 수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유선 전화기와 호출기(삐삐)를 주로 사용하던 시절..

preview - 오하루. (2022). 『ㅈㅅㅋㄹ』. 선스토리.

교만함이 충만하던 고2, 닮고 싶은 어른을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어른 한 명 없는 세상이네. 에휴... 그거 내가 해야 하겠다.`라는 어린 생각으로 가득 찬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선생님, 그걸 우리는 중2병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스물다섯이 되어 직장인으로 월급을 받기 시작하니 닮을만한 어른이 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롤모델은커녕, 그저 나 자신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엄마의 아들로서의 1인분, 군대에서 소대장으로, 아내의 남편으로, 혹은 학교에서 수학 교사, 담임교사로서의 1인분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상상을 넘어서는 비용이 드는 사회가 되었다. 한껏 교만했던 고2 시절의 `닮고 싶은 어른이 되는 삶`이란 ..

Review - 서평 2022.11.15